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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희 Dec 02. 2023

번아웃,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회사 밖 나의 시간부터 제어해 보기

 올해 상반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다름 아닌 두 번째 코로나를 앓게 되면서였다. 자가 격리하는 동안엔 그래도 괜찮았지만, 그 이후 회복하는 단계에서 오는 무기력감은 뭔가 이전부터 참아왔던 번아웃도 함께 찾아왔다. 회복하는 과정이라 생각해 왔지만, 뭔가 나의 처한 상황이 나를 더 무기력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거 같았다.


그런 감정이 들 때마다 초록색 창에 ‘번아웃’을 검색해 보았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란? "태워 없어지다, 소진되다"라는 뜻의 '번아웃(Burnout)' 에서 생긴 말로, 어떤 일에 몰두하고 있던 사람이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갑자기 의욕을 상실해 버리거나, 열정과 성취감을 잃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통칭합니다.



 나는 사실 여러 번의 번아웃을 겪었던 거 같다. 어쩌면 번아웃을 맞닥뜨렸어도 그게 번아웃인 지 모르고 지나갔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내가 앓고 있는 이 번아웃에 대해 명확하게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회사에서의 나의 위치에 대한 기대치와 나의 역량에서 오는 갭(gap)에서 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어느덧 직장 생활 11년 차, 더 이상 내 맘대로 할 수 없이 뭔가 손 발이 묶인 채로 달려가는 것 같은 기분. 그저 눈을 떴으니 회사를 가야 하고, 일은 주어졌으니 해야만 하고. 언제부터인가 나라는 존재는 영혼 없이 그저 ‘돈’을 벌러 다니는 기계가 된 거 같았다. 나도 일을 할 때 가슴이 뛰었던 때가 있었는데. 나도 프로젝트를 완수를 하고 나면 성취감이 차올랐는데, 그랬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언제부터인가 감정을 스스로 묵인하고, 그저 방치했던 시간이 꽤 오래되었던 거 같다. 정말이지 이 무기력이 정말 크게 오면, 집에 와서 씻는 것 역시 노동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런데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대체 누가 날 돌봐줄까. 그래서 나는 아주 조금이라도 나를 돌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아래는 내가 의식적으로 행동으로 옮겼던 것들이다.   


일찍 잠들기 : 생각에 빠지면 잠도 오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그건 20대 때의 이야기다. 번아웃이 찾아오니,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쉬고만 싶다. 그래서 일단 늦게 자던 습관을 최대한 밤 12시를 넘기지 않으려고 수면 패턴을 바꾸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밤 11시에도 술집에 있던 나였지만, 요즘은 그 시간은 잠을 자는 시간이 되었다.


지하철 아침 조조할인시간에 타기 :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선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 중 하나가 바로 아침에 ‘이불 정리’를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하는 의식 중 하나는 바로 6:30까지 지하철 탑승하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개찰구에서 찍히는 ‘1,000원’이 마치 나를 응원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


회사 일찍 도착하기 : 꽤 오랜 전부터 출근시간을 1~2분을 앞두고 도착을 했던 때가 많았다. 그날의 운에 따라 지각이 결정되는 상황들의 연속. 이건 마치 하루의 시작부터 실패를 나 스스로 확정 짓는 것과 다름이 없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회사에 도착하게 되면 괜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이게 바로 사회생활을 지고 들어가는 것이라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 지하철 아침 조조할인시간에 타게 되면서 저절로 회사를 일찍 오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게 어찌 보면 다 ‘시간’과 연관이 있었다. ‘내 시간을 주체적으로 쓰는 가?’에 대한 물음에 그동안은 ‘아니요’였다. 늘 끌려다니는 거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은 내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따라야만 했었던 시간을 내 것으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부터 조금씩 번아웃으로부터 나아지기 시작했다.


 가장 신기한 것은 과거의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일찍 출근하면 안 되냐고 그렇게나 잔소리를 했을 때마다 나에게 ‘일찍 출근하기’는 그저 나와 상관없는 일처럼 생각해 왔다. 그런데 막상 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스스로 어쩔 수 없이 택한 방법이 바로 ‘일찍 출근하기’라니. 스스로도 아이러니했다.


 그동안 지각할 까봐 늘 전전긍긍하며 유튜브 숏츠나 릴스를 보며 출근 시간을 보냈지만, 더 이상 초초하게 시간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일상 속 ‘여유 있는 삶’이 시작이 되었다. 출근길에 운이 좋게 자리가 나면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며, 서서 갈 때에는 스스로 왜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출근길, 나를 조금씩 더 알아가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그 질문의 답을 하나씩 실행해 보는 것으로부터 조금씩 번아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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