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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재영 Nov 28. 2019

BTS의 세계관과 예술성-bxdeep: 브랜드경험디자인

BTS를 통해 안경을 끼다

성공한 브랜드 노믹스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탄소년단’입니다. 명실공히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갖춘 그룹이죠.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들을 설명하긴 부족합니다. 대형 회사 출신도 아니고, 거대 미디어를 통한 홍보도 없었습니다.

 

How BTS Broke America, 출처: CNN


방탄소년단이 세계 시장에 수월히 진출을 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뿌리는 

그들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새로운 '콘택트렌즈'를 통해 팬들에게 쉽게 전달한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노래 가사와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소설, 게임 등 철저하게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아미들에게 ‘렌즈’를 제공했죠. 이를 통해 청춘의 고민과 고통, 잘 되리란 희망의 가능성을 널리 퍼뜨리는 우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렌즈?

‘핑크 대왕 퍼시’라는 서양 동화가 있습니다. 옛날 옛적 '퍼시'라는 왕은 핑크색만 광적으로 좋아했습니다. 핑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의류와 물건들, 심지어 음식들까지 모두 핑크색으로 만들었죠. 하지만 퍼시 왕은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온 나라의 모든 물건들까지 핑크색으로 바꾸라는 법을 만듭니다. 토끼와 돼지, 심지어는 나무와 꽃들까지 모두 핑크색으로 염색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렇지만 핑크색으로 도저히 바꿀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하늘. 왕은 고민하다 자신의 스승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스승은 하늘을 이미 칠해 놓았으니 준비해놓은 ‘안경’을 끼고 하늘을 보라고 합니다. 퍼시 왕은 대만족 했습니다. 스승이 핑크 렌즈로 만든 ‘안경’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렌즈’를 낀 채 왜곡된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똑같은 일을 겪더라도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죠. 정치판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모두 각자의 ‘렌즈’로 상황을 인식하고 싸움이 일어나죠. 우리가 어떤 ‘렌즈’를 쓰느냐에 따라 인생도 달라 보입니다.

 

 

이 ‘렌즈’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들로 인해 구축됩니다. 종교일 수도 있고, 과학일 수도 있습니다. 과거 사람들은 이 ‘렌즈’를 성경을 통해 구축했습니다. 한정적이었죠. 하지만 현대의 ‘렌즈’는 다양한 예술 문화작품으로 만들어집니다. 영화와 게임, 음악 그리고 유튜브 등 다양하죠. 예를 들어 마블의 <어벤저스>는 단순히 흥미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 요소들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인구 문제와 테러 등의 문제를 다루면서 사회 비판적 자각을 갖게 하죠.

유튜브와 같은 현대의 대중문화는 과거보다 그 파급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렌즈’의 사회적, 윤리적 영향력과 의미는 계속 확장되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 유명인(셀럽)들의 범죄나 일탈, 자살 등의 문제는 대중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죠. 그렇기 때문에 스타들은 반드시 '렌즈'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하죠. 



방탄소년단의 세계관과 

'BTS용 렌즈'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세계관이 뚜렷합니다. 그리고 이를 이곳저곳에 잘 녹여냈습니다. 자신들만의 ‘렌즈’로 말이죠. 여기서 '렌즈'는 가사나 뮤직비디오, 공간, 게임, 캐릭터, 연설 활동 등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가상의 방탄소년단 세상을 만들었죠. 또 그 안에서 멤버별로 ‘캐릭터’를 부여했습니다. 이러한 '렌즈'를 통해 해외 대중들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BTS WORLD 게임, 하우스 of BTS, BT21 캐릭터

 

여기서 빅히트는 '렌즈'는 그냥 만들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투명 '콘택트렌즈'가 아니라, 철저히 기획해 색이 칠해진 '컬러 렌즈'였습니다. 다른 아이돌이 이 '렌즈'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던 것에 비해 빅히트는 완벽히 계산해서 만든 겁니다. 그냥 색만 칠한 것이 아니라 3중 구조로 잉크를 입혔습니다. 숨겨진 뜻이 있죠. 또 도수 기능도 넣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보이게 만들었죠. 이 렌즈를 끼면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눈동자가 커 보여 렌즈를 끼면 자신이 이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먼 거리의 물건들도 잘 보입니다. 사회의 폭력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노래에는 ‘차별을 떠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많이 내포되어있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확실하죠. 그리고 앨범들 간에는 이야기가 연결되어 거대한 서사로 완성됩니다. '2 COOL 4 SKOOL'부터 'SKOOL LUV AFFAIR'라는 렌즈에선 10대 청소년들의 꿈과 사랑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그 후 '화양영화'렌즈를 선보이며 아름답지만 불안한 청춘의 정서를 보여줍니다. 이후 '러브 유어셀프'렌즈에서는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10대에서 성인으로 커나가는 성장 스토리가 앨범이란 렌즈에 이어지는 것이죠. 이렇게 방탄소년단의 노래에는 인종과 국적, 성 정체성과 나이를 떠나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담겨있고 이것을 렌즈로 만들었습니다. 


웹툰과 앨범은 각각 독립적으로 감상 가능한 콘텐츠지만,
두 개를 모두 감상하면 새로운 의미가 도출된다...

<Map of the soul>의 타이틀 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영어 제목 ‘Boy with luv’는 방탄소년단이 2014년 발표한 ‘상남자’의 영어 제목 ‘Boy in luv’와 유사하다. 그리고 앨범의 첫 곡 ‘Intro: Persona’의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RM은 ‘상남자’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교복을 입고 있다. 이런 힌트들을 발견한 팬들은 <Map of the soul>이 방탄소년단 세계관의 리부트가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마블의 슈퍼히어로도 아닌 아이돌에게 무슨 리부트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SAVE ME>는 리부트는 아닐지라도 시간여행, 보다 정확히는 루프를 다룬다...

김석진(진)은 같은 학교 친구로 설정된 다른 멤버들을 구하지 못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김석진이 <SAVE ME>에서 겪는 일들은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시리즈에서 묘사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SAVE ME> 앞에 ‘화양연화 Pt.0’가 붙는 것 자체가 <화양연화 Pt.1>, <화양연화 Pt.2> 등 방탄소년단의 앨범과 연속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방탄소년단은 해당 세계관을 <SAVE ME>, 소설의 형식으로 정리한 <화양연화 더 노트> 등을 통해 더욱 구체화하고, 그 과정에서 ‘화양연화’ 이외의 앨범 시리즈까지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묶는다. 팬들도 루프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세계관에서 리부트가 어색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그 리부트는 <화양연화 Pt.1, 2>가 아닌 방탄소년단의 초창기인 ‘학교 3부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제 방탄소년단은 인기 아이돌인 실제 그들의 역사와 ‘화양연화’를 중심으로 펼쳐진 가상의 역사라는 두 개의 세계를 갖는다...

이 회사는 노래, 뮤직비디오, 웹툰, 소설 등 각각 다른 종류의 콘텐츠가 가상의 세계를 일관되게 만들 수 있도록 관리하고, 이것이 결국 실제의 방탄소년단을 이해하는 자료가 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세계는 그 자체로 판매되는 콘텐츠로 발전한다...

현실이 가상을 만들어내고, 다시 가상이 현실에 영향을 주며, 결국 그 두 세계가 함께 성장해 나간다. 이것은 웹툰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대중문화 산업의 측면에서 방탄소년단을 연구해야 할 이유다. 방탄소년단과 그들의 소속사는 지금 현실의 아이돌마저도 세계관이 필요한 이유와,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마치 교과서처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강명석 편집장, 아이돌 산업에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이유, 방탄소년단 <화양연화 Pt.0 ‘SAVE ME’> 중에서 


UN본부 연설 당시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어제 저는 실수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제의 저도 여전히 저입니다. 오늘의 저는 과거의 실수들이 모여서 만들어졌습니다. 내일, 저는 지금보다 조금 더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이 또한 저입니다"라며 "그 실수들은 제가 누구인지를 얘기해 주며, 제 인생의 우주를 가장 밝게 빛내는 별자리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였는지, 내가 누구이고 싶은지를 모두 포함해 나를 사랑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연설이란 렌즈는 팬들에게 말하고픈 스토리텔링의 연장선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팬들에게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렌즈를 선물했습니다. 팬들은 공감했고, 울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선물해준 렌즈를 끼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힘을 얻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사회에 당당히 나아갑니다.



방탄소년단의 ‘렌즈’에는 자신들의 아픔으로 인해 생겨난 트라우마를 극복해내는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폭력과 가난 등의 사회비판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나타냄으로써 전 세계의 대중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인 견해를 통해 방탄소년단 특유의 ‘렌즈’는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을 지칭하는 'BTS'는 처음, 본래 이름인 'Bulletproof Boys Scouts'의 준말이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방탄소년단을 리브랜딩 하면서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의미를 확장시키고, 'Beyond The Scence와 burn the stage bring the soul의 준말로 의미를 추가했습니다. 매 순간 청춘의 장면들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이처럼 빅히트와 방탄소년단도 처음부터 '렌즈'가 탄탄한 브랜드는 아니였습니다. 누구보다 더 노력했고 기획해 지금의 BTS가 된 겁니다. 방탄의 역사적 시작은 '렌즈'가 함께 했습니다. 


업종을 넘어 어떤 브랜드라도 이렇게 제대로 된 세계 전유 방식의 '콘택트렌즈’를 만들 수 있다면 방탄소년단처럼 멋진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렌즈'라 비유했지만 학문적 표현은 '세계 전유 방식'입니다.) 렌즈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더욱 커진 만큼, 이를 잘 활용해 내년에도 이어질 우리나라 브랜드들의 기록적인 행보들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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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재영 전략가(Strategist)

브랜드경험 디자이너·컨설턴트. 


www.wedidit.kr   /    0507-1317-7477   /   cody@wedid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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