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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재영 Nov 23. 2019

대한항공 안전 비디오 분석 - bxdeep: 브랜드경험

대한항공xSuperM 안전 비디오 분석

대한항공이 SM과 손을 잡고 기내 안전 비디오(Safety Video)를 전면 개편했습니다. 무려 14년 만입니다. 대한항공은 19년 11월 4일 오전 7시 45분에 출발하는 인천발 마닐라행 KE621편을 시작으로, SuperM(슈퍼엠)의 뮤직비디오 형태로 제작한 새로운 기내 안전 비디오를 전 노선, 모든 항공기에 적용했습니다.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공간에서 SuperM이 안전 수칙을 설명하는 구성입니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혁신적인 형태입니다. 하지만 안전 측면에서 지적도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새로운 안전 비디오를 다각도로 분석해보았습니다.





브랜드 측면

이미지 제고 효과

대한항공의 브랜드 이미지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올드한 편입니다. 여기에 최근 땅콩 회항 사건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까닭에 대한항공의 위상은 크게 추락했죠. 부정적인 대한항공의 평판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선 대대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대한항공은 리프레쉬(Refreshment) 전략을 실행해 왔습니다. 이 점에서 아이돌을 대입한 이번 안전 비디오는 리프레쉬 전략의 일환으로 기존의 올드하고 추락한 위상을 제고(세탁)하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대한항공'보다 'SM'스러움

하지만 '대한항공다움'은 없습니다. 'SM스러움'만 남았죠. 

대한항공답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부심, 한국 대표, 많은 노선, 큰 비행기, 비싸지만 프리미엄, 전통, 태극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안전 비디오에서 그런 것들이 느껴지시나요? 오히려 SuperM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대한항공다운 느낌들은 묻히는 느낌입니다. 


슬로건 변화, Excellence에서 Enjoy로

과거 한국에서 비행의 경험은 소수만 할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한항공은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비행의 '탁월함(Excellence)'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소득 수준의 향상과 저가항공사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자, 더 이상 '탁월함'만을 강조하기엔 부족해집니다. 2019년 퍼스트 클래스 좌석의 운영 중단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번 새 비디오에서도 기존 슬로건 'Excellence In Flight'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제 다른 슬로건이 필요해진 것이죠. 음악에선 비슷하게 'Enjoy Your Flight'로 변경됩니다. 시대에 맞게 대한항공이 슬로건 Excellence를 버리고 Enjoy로 바꾼 것입니다.



경험 측면

브랜드 경험 측면

안전 비디오는 대한항공의 브랜드 경험에서 중요한 터치포인트(Touch Point)중 하나입니다. 탑승객은 미리 온라인을 통해 예약을 하고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 탑승하고 자리에 앉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겪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한항공'이라는 브랜드를 경험합니다. 하지만 비행기에 도착하기 전까지 '대한항공'만의 특별한 경험은 했다고 느끼기엔 아직 부족하죠. 물론 직원들의 친절한 '인사'나 '도움', 대한항공 웹/앱에서의 'UX(사용자 경험)', 대한항공스러운 '공간'의 경험도 있을 테지만, 이런 것들로는 아직 대한항공다운 명확하고 풍부한 경험을 했다고는 아직 뭔가 부족합니다. 


비행의 출발은 안전 비디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비디오를 통해 여행의 시작을 느끼죠. 그리고 긴 시간 동안(약 5분 정도) 대한항공과 접촉을 온전히 유지합니다. 그런 점에서 안전 비디오는 브랜드 경험에서 중요한 터치 포인트입니다.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죠.


고객 경험 측면

비행기로 어딘가 갈 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지루함과 답답함입니다. 이 점에 이번 새 비디오는 승객들의 비행 경험을 기존보다 더 흥겹게 만들어주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륙하기 전, 여행을 기다리는 탑승객들은 얼마나 신나고 설레는 마음일까요. 기대에 부푼 채로 이륙을 준비하고 있겠죠? 이때 뮤직비디오 같은 안전 비디오가 승객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줍니다. 비행 경험을 좀 더 신나게 하는 것이죠. 


하지만 모든 고객에게 일관된 하나의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모든 승객의 고객 경험에 좋다곤 할 수 없습니다. 과거 트라우마 등으로 안전에 대한 대비를 원하는 승객이 분명 있을 테죠. 이런 승객들에게 정신없는 안전 비디오의 경험은 좋지 않을 겁니다. 개인화된 메시지도 아니고, 고객의 여정에 있어 흥미는 주었지 '책임진다'는 인식은 없기 때문에, 고객에 따라 고객 경험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차라리 연령별, 이해도에 따라 영상을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주었다면 어떠하였을까요? 


사용자 경험 측면

인터렉션이 없고 비디오를 시청만 하면 되기 때문에, 딱히 UX로 분석할 점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비디오의 경우, 청각 인지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반드시 오디오를 함께 들어야 합니다. 기존의 안전 비디오는 음악 혹은 음성을 듣지 않고 자막만 읽어도 모든 내용을 정확히 숙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 비디오는 노래와 정보가 섞여 있어 집중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각만으로는 내용의 습득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노래와 내레이션을 들을 수 없는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단순화된 시각 그래픽만으로 안전 내용을 모두 습득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곰돌이가 랩으로 안전수칙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자막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들에게 곰돌이의 부정확한 발음은 알아듣기 힘듭니다. 이 점에서 유니버설한 UX를 고려하지 못한 안전 비디오라 할 수 있습니다.


2003년에서 멈춘 듯한 기존 안전비디오와 2033년을 보는 듯한 새로운 안전비디오



기능 측면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안전 비디오로서 기능은 없다고 봅니다. 굳이 표현을 해보자면, '환영 비디오' 혹은 '안전 광고'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브랜드와 마케팅 측면에서 좋다 하더라도, 안전 운항을 훼손하는 자본 논리가 용인돼서는 안 됩니다. 


기내 안전 비디오에 반드시 담겨야 하는 내용들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의 권고에 따라 각 국가의 항공 관련 정부부처에서 결정하게 됩니다. 또한 영어로 설명하는 자막을 반드시 입혀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모든 승객이 볼 수 있도록 방영을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이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이용해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있는 와중에도 모두 멈춰지고 기내 안전 비디오가 상영되는 것입니다. ‘안전’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전 비디오에는 수하물 보관, 비행 중 사용금지 품목, 전자기기 제한, 기내 금연, 좌석벨트 사인 및 착용 등 항공기에 탑승하는 승객들이 알아야 할 사항을 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안전 비디오는 이 내용들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본질을 망각했습니다. 안전 비디오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바로 '전달'입니다. 앞서 UX에서 잠시 설명한 것처럼, 너무 산만한 분위기와 지나치게 화려한 영상들이 안전 비디오의 본질인 안전수칙 전달을 방해하죠. 대한항공에 앞서 혁신적인 안전 비디오를 만든 해외 항공사들과 비교해본다면 더욱 두드러집니다. 아래는 JAL 기내 안전영상입니다. 정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느 영상이 생존에 더 도움이 될까요.

또한 창의적 형식을 보여준 세계 각국 항공사의 안전 비디오들도, 안전 내용을 전달하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보수적인 접근법을 취했습니다. 실제 기내 혹은 누구라도 기내를 연상할 수 있는 세트가 기본이었죠. 등장인물들은 승무원과 승객으로 현실성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노출과 기억 측면에서 바라본 대한항공의 안전 비디오는 꽤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 조사 결과, 승객의 54%는 안전 비디오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 나머지 46%도 그렇게까지 주의를 기울여 시청하지는 않는 듯합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안전비디오는 거의 90%의 가까운 집중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 새로운 안전 비디오는 분명 효과 있다고 볼 수 있죠. 이 밖에도 심리학 측면에선 효과적인 접근법입니다. 아래 하나하나 분석해보도록 할게요.



심리학 측면

낙관주의적 편견

미 보스턴 MIT대 뇌·인지과의뇌과학 전문가 탈리 샬롯에 의하면, 사람들은 위험에 대한 공포보다는, 긍정적인 미래 예측을 통한 습득 정보를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인간 뇌는 의도적으로 나쁜 것은 피해 생각하고, 좋은 것을 향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죠. 뇌는 즐거움을 주는 객체를 향해 움직이고 고통을 유발하는 객체로부턴 떨어지려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낙관주의적 편견 관점에 따르면, 새 안전 비디오는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라도 이번 비디오가 기존 비디오보다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프린팅 효과 

예전에 버진 아메리카 항공사를 이용한 적이 있습니다. 버진에서는 뮤지컬로 안전 비디오를 만들었더군요. 안전 비디오를 그렇게 만든 건 처음 보는 터라, 꽤 충격이었습니다. 너무 신선해서 지금까지 잊히지가 않죠.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작은 것에도 이렇게 신경을 쓰다니, 다른 서비스나 안전도 신경을 많이 쓰겠지.' 그 영상으로 인해 버진 전체의 서비스와 안전에까지 믿음이 간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도식적 처리를 합니다. 이를 '프린팅 효과'(Printing Effect)라고 합니다. 앞에서 얻은 정보가 이후의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하죠. 이 점에서 대한항공의 세련된 안전 비디오는 탑승객들에게 '우리가 안전 비디오에도 이만큼 신경 쓰고 있으니 다른 안전과 서비스도 걱정 말아라'는 느낌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심리적 피로, 현저성 효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면 지루하고 맛있는 음식도 자꾸 먹으면 물리듯, 아무리 좋은 안전 비디오라 해도 일반 재난 방송처럼 비슷한 구성이고 자꾸 보면 지루해집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피로(Psychological Fatigue)'라고 합니다. 안전 비디오를 시청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4년간 반복된 같은 비디오 때문에 심리적 탈진 현상이 일어나 시청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죠. 


한편 사람들은 지적으로 게으릅니다. 때문에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이지 않고 섣부르게 결론을 내립니다. 오류를 범하기 쉽죠. 이 현상을 '귀인 오류'(Attribution Error)'라고 합니다. 귀인 오류는 특히 어떤 자극이 특출할 때 잘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어떤 자극이 지각적으로 특출하면, 그 특출난 자극을 현상의 원인으로 삼는 오류를 범하죠. 그런 오류를 '현저성 효과(Saleince Bias)'라고 합니다. 뭔가 튀는 것이 눈에 잘 들어오고, 그것이 가장 영향력 있어 보이는 현상입니다. 사람들은 이처럼 세상을 볼 때 지각적으로 특출한 자극들의 역할에 집중합니다. 이는 곧 지각적으로 튀는 것들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쉽게 인지의 도마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점에서 이번의 비디오의 신선함은 심리적 피로를 줄여 현저성의 효과로 사람들의 주의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SNS에서는 뮤직비디오의 새로운 형태 덕분에 처음으로 비디오를 몰입해서 봤다는 반응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습니다.


후광 효과, 발산효과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매력적이면 그 사람은 지적이고, 관대하고, 성격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어떤 사람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그 사람은 둔하고, 이기적이고, 성격도 나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체적 매력이 개인의 다른 인상 평가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후광 효과(Halo Effect)'라고 하고,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부정 후광 효과(Negative Halo Effect)'라고 합니다.

이 점에서 대한항공은 SuperM을 통한 후광으로 전체 비디오의 호감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대한항공까지 이미지가 좋아지는 후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탑승객들에겐 '발산 효과'로 작용합니다. 발산 효과는 매력 있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자신의 평가가 높아지는 현상입니다. 탑승객들 입장에선, 내가 소비하고 이용하는 대한항공 브랜드의 매력이 왠지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벤드웨건 효과

대한항공이 K-Pop이란 대중적 유행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밴드왜건 효과는 대중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가, 선택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를 말합니다. 

2014년 호주의 뉴 사우스 웨일스(New South Wales)라는 대학에서 어떤 형식의 기내 안전 비디오가 비상 상황에 승객들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기억날 것인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실험에 활용된 비디오는 유머를 가미한 기내 안전 비디오, 유명인을 활용한 기내 안전 비디오, 유머나 유명인을 철저히 배제한 기내 안전 비디오 등 총 3가지. 결과는 어땠을까요? 놀랍게도 유명인을 활용한 기내 안전 비디오를 본 실험군의 경우 약 50% 정도의 핵심 안전 메시지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유머를 가미한 기내 안전 비디오를 본 실험군은 약 45%를 기억했습니다. 유머나 유명인 없이 정보 전달에만 충실했던 기내 안전 비디오를 본 실험군은 32% 정도만 기억했다는군요. 

세계적인 한류의 수요가 굉장한 가운데, 대한항공이 한류의 유명인 Super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즉, 벤드웨건 효과를 통해 소비자들의 호감을 올리는 편승 전략이죠. 




마케팅 측면

단순 노출 측면

유튜브에 공개된 안전비디오는 약 2주 만에 조회수 약 900만 뷰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언론에서 (부정적인 내용도 있지만) 덩달아 보도까지 해주었죠. 이로써 대한항공의 모든 탑승객 수보다, 훨씬 높은 조회수로 잠재고객 단순 도달에는 대성공을 합니다.  


해외 마케팅 측면

SuperM과 대한항공의 콜라보는 해외 마케팅에선 최적의 짝꿍입니다. 이제 막 미국 진출을 한 SuperM과 전 세계를 순항하는 대한항공은 비슷한 고객을 가지고 있죠. 실제로 'Safety Video' 유튜브의 댓글이나 조회수를 보면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습니다. 이 점에서 해외 마케팅에도 꽤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밀레니얼 측면

100점입니다. 밀레니얼에게는 제대로 먹히는 전략입니다. 이보다 더 밀레니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은 없을 거라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비디오는 안전 비디오라기 보단, 젊은 층에 어필하기 위해 만든 광고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앞으로 항공사를 선택할 많은 잠재 고객(10-20대)들의 무의식에 저장해두는 '안전 광고'죠. 실제로 영상을 기내에서 직접 보기 위해 대한항공 항공권을 구매했다는 후기가 SNS를 통해 연이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한편 프로젝트 송 ‘Let’s Go Everywhere’의 수익금은 빈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세계적인 캠페인인 ‘Global Citizen’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도 공정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인식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 봅니다. 



프로덕션 측면

작곡 측면

이번엔 시선을 '안전'에서 '음악'으로 옮겨보겠습니다. ‘Let’s go everywhere’는 작곡가 켄지(Kenzie)가 만든 프로젝트 곡입니다. 'Let’s go everywhere'은 미디엄 템포 곡으로 힙합(Hip-hop), 리듬 앤 블루스(R&B), 일렉트로닉(Electronic), 딥하우스(Deep house), 그리고 신스팝(Synth Pop) 장르가 담겨 있습니다. 벌스(Verse)는 대체적으로 심플한 드럼과 리듬을 잘게 쪼갠 일렉기타, 그리고 브라스 라인을 넣어 누가 들어도 신나고 기분 좋은 느낌으로 곡이 시작됩니다. 랩 파트가 끝나고 Pre-Chorus(후렴으로 이어주는 구간)부터 드럼 리듬이 잘게 쪼개지며 곡이 빌드업(Build up)됩니다. 그리고 Chorus(후렴)부터는 트렌디한 신스팝 느낌으로 바뀝니다. 

기존의 K-POP에 비해 전체적으로 악기 편성이 적어 멜로디가 단순한 편입니다. 또한 가사의 비중이 낮아 안전 비디오의 목적을 고려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입부의 밴드 느낌은 점차 사라지고 뒷부분부터는 전형적인 케이팝 느낌의 곡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아마도 SuperM의 'The Avengers of Kpop(케이팝의 어벤저스)' 이미지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겠죠? 


인간은 멜로디가 있을 때 더 무언가를 쉽게 외우고 흥미를 가집니다. 그런 점에서 안전비디오에 음악을 도입한 것도 굿 전략입니다.



작사 측면

제목 'Let's Go Everywhere'과 가사의 대부분이 단순한 영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외국인들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Put your hands together", "Let the music take control", "We’re going all night" 등 약 80%의 가사가 영어로 이루어져 있죠.


곡 'Let's Go Everywhere'의 가사를 보면, 안전보다는 경쾌한 비행의 경험에 집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할 브랜드 이미지와 SuperM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노래 중 “어디든 말해줘!”, “Let’s go everywhere”이 계속 반복됩니다.  안전은 노래에선 등장하지 않죠. 음악만 봤을 때, 안전보다 경쾌한 비행의 경험에 집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종합

이제 종합할 시간입니다. 

종합적으로 새로운 안전 비디오가 사회에 과연 어떤 공리(功利)를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공리주의(功利主義)의 핵심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입니다.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진하고 이 행복을 많은 사람에게 분배하는 사회가 이상적이라는 것이 공리주의의 입장이자 지향점입니다. 이 점에서 이번 새로운 안전 비디오는 분명 다수에게 이익이 있습니다. 유튜브 시청자, 잠재고객 등 다수에게 비행기를 타지 않았음에도 안전 수칙을 알렸고, 대한항공과 SM, 한류 관계사 등의 다수에게 돈을 벌어다 주었습니다. 세계 한류 팬 등 다수에게 신나는 음악을 제공 했고 K-Pop의 나라답게 국가 브랜드 이미지도 높였습니다. 이 점에서 새로운 안전 비디오는 다수에게 선(善)이라고 할 수 있겠내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공리주의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본다면, 결국 다수의 행복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소수가 분명 존재해야 합니다. 아무리 비행기의 사고율이 낮다 하더라도, 사고는 터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의 희생자들이 공리주의에서 말하는 '소수'가 될 것입니다. 


사고가 나지 않는다면? '소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공리주의적 입장에서 이번 새로운 안전 비디오는 '최고'입니다. 하지만 사고가 나지 않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무책임하지 않을까요? 사고는 단 0.001%의 확률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대비를 해야합니다. 


관점이 어떻냐에 따라 새로운 안전 비디오의 해석은 가지각색이 될 것입니다. 분명한 건정답은 언제나 '사람'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한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항공사를 알아볼까? 한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있을 때 어떤 점들을 불편해할까? 어떤 전달 방식을 선호할까? 사고가 난다면 어떨까? 등등의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이에 맞춰 서비스를 준비해야 할 겁니다. 



다른 칼럼 보기:


명재영 전략가(Strategist)

브랜드경험 디자이너·컨설턴트. 


www.wedidit.kr   /    0507-1317-7477   /   cody@wedid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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