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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Dec 23. 2023

항상 불안했던 내가 나에게 하는 말

2년이 지나 다시 바라본 나의 불안함

연말 시즌에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생각을 해보다가 작가의 서랍을 보았다. 약 2년 전 끄적이다가 발행하지 못하고 서랍에 남겨진 글을 확인했다. 2년 정도 발효된 글은 그때 썼던 나의 고민들을 보여주는 기록물로써 잘 익어가고 있었다. 타임캡슐을 열듯이 이전에 내가 쓴 글을 토대로 올해의 마무리 글을 쓰고자 한다.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기 위해 과거의 글씨체와 구분하여 작성해 두겠다. 2년 전의 나와 2년 후의 내가 나누는 글들로 봐주시길.


3이란 숫자는 이렇게도 현재를 회고하게 만드는 숫자인가 보다.

30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재난문자처럼 불안감이 마음 한편 머무를 때가 있었다.

왜 그런고 하니, 아래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한 나의 상태였을 것이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나?"

이건 올해도 나에게 수없이 자문한 말이다. 잘 살고 있느냐에 대한 대답은 지금은 명확하게 할 수 있다. 아래 조건에 부합한다면 나는 스스로 나의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1. 내가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임을 인지하고 그러한 상태로 지속되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2. 업무적으로 1인분을 하고, 그 이상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인가?(이 전제는 내가 일을 나를 위해 한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3. 업무적인 성장 외적으로 나의 성장을 위한 일들을 하고 있는가?

4. 재테크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의 자산을 키우기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있는가?

3/4번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생겨났지만, 나는 이렇게 총 4가지의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변할 수 있다면 나 스스로는 잘 사는 것이라고 믿곤 했다.


저마다의 잘 사는 법은 다르다.


누군가는 내가 가고 싶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 다른 누군가는 무리 없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는 자기가 도전하고 싶었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 또 다른 누군가는 워라밸을 적절히 지키며 취미를 곁들인 삶을 사는 것일 것이다. 100명에게 물어본다면 100명의 다른 정답이 나오는 이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아래와 같았다..


"1) 꾸준히 운동하며 2) 내가 해야 하는 일(직장)에 자신감을 갖고, 3) 내가 하고 싶은 일(돈이 되는 취미)을 적극적으로 찾는 것"


뭐야 평범한 갓생이잖아. 3개 중 1개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다 해야만 잘 사는 거라고 할 수 있냐고? 물론 위 조건을 충족하는 게 내 방에서 자기 전 불 끄듯 내가 원할 때 한순간 변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2년 후에 내가 가지고 있던 목표들은 본질적으로 같지만 더 구체화되었다. 2년 간 나의 지향을 구체화했다면 장기적으로는 잘 사는 것이 아니었을까? 본질적으로 나는 내가 세운 나의 조건을 달성하면서 삶의 효능감을 느끼는 사람임에는 변함이 없나 보다. 


하지만 위 요건이 모두 다 충족하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보기에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아니, 위처럼 내가 정의한 '잘 사는 삶' 때문에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 날들엔 '잘 살고 있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야 했다.


성공한 인생의 정답 같은 문장을 써놓고 현실과 다르다면 '잘 살지 못하는 삶'이라니?

나의 높은 기준은 나에게 '불안감'이라는 것을 주었고 그 감정이 나의 일상의 편안함을 갉아먹었다.


30대의 문턱에 있는 지금 다시 돌아보니 '잘 살고 있지 않아'라고 생각한 나의 불안감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내가 기준을 정해두었기에 그 기준을 이루지 못했을 때 느끼는 나에 대한 배덕감, 그것이 내가 어떤 행위를 할 수 있을 만한 연료가 되지 않았을까 지금은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메타인지가 더 잘 되었던 걸 수도 있다. 나는 예전에도 이상을 정해둔 후 현실과 동일시하려고 애를 썼구나. 2년 전에는 이상과 다른 나를 보면 참을 수 없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불안감에 러닝 크루에 가입하여 3개월 동안 400km를 달렸다. 먼지만 쌓여가는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 일러스트 드로잉 동호회의 회장을 맡아 드로잉을 하고 있기도 하다. 잘 사는 직장인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불안에 독서 모임을 가입하여 현재 기준 21년에는 약 15권 정도의 책을 읽고 서평 문을 작성했다.



그렇다. 나의 불안함은 나를 '잘 살게 만들기 위해 나를 거쳐간 방문객이었던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잘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잘 살 수 있었다.

그 생각에 다다르자 나를 괴롭히던 불한당 같던 불안감은 나에게 선물을 놓고 간 초대손님이 되어있었다


"불안하기에 행동하고, 만족하지 않기에 나아간다."


나는 30대가 되어서도 불안할 것이고,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젠 그 상황에 대해 "난 왜 못살고 있지?"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30대에 만날 불안함과 20대에 마주칠 때보다 더 친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불안함이 나를 거쳐갔기에 내가 행동한 것은 자명하다. 지금도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내 삶에 만족할 수 있을 만한 년도는 몇 년도일까? 오늘 부모님과 식사를 했는데, 어머니가 "내년이 되면 달라지겠지." 하셨다. 나는 "상황에 사람이 바뀌지 않고, 그 사람이 바뀌어야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라고 반문하였다. 사실 그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어떻게 해야 이상적인 삶일지 알기에. 이제 2년 후에는 질문을 바꿔야겠다. "지금 불안한가?"가 아닌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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