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 시대를 담담하게 맞이하려면
올해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 없다"에서도 기계로 대체되는 일자리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참극이 직접적으로 묘사되곤 한다. 반복 작업은 물론이고, 깊은 사고가 필요한 업무까지 이제는 AI로 대체된다. 오히려 인간보다 정확하고, 10초 만에 Deep 한 Research까지 가능한 인공지능의 성장은 AGI 시대가 머지않아 올 수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한다.
곧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즉 AGI 시대가 5년 이내로 올 것이라고 한다. AGI는 인간과 같이 다양한 지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등 인간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추는 AI라고 한다.
마케터의 분야는 브랜드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 디지털 마케터 등 매우 다양하지만 AI로 대체될 수 있을만한 마케터는 엄청 많다. 데이터 분석이 요구되는 퍼포먼스 마케터는 물론이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카피를 쓰고,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는 콘텐츠 마케터도 이미 대부분의 업무를 AI에게 위탁한다. 현재는 인간의 2차 가공을 어떻게 거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퀄리티가 차이 나곤 하지만, 이마저도 브랜드 마케터 AI, 퍼포먼스 마케터 AI 모델이 나오면 대체되는 건 한순간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되지 않을 기술을 지금부터라도 배워야 하는가? 이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극복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단순히 액션을 설정하고, 실행하는 마케터"가 아닌 브랜드가 가야 하는 방향을 설정하는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는 마케터"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기술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감성적인 영역을 질문하고, AGI에게 설득하는 능력을 가지는 인간적인 영역에 존재하는 능력 말이다.
첫째는 '방향을 설정하는 질문'을 던지는 역량이다. 마케터는 AGI에게 "이 제품을 더 많이 팔아줘"라고 명령하는 대신, "우리 브랜드의 메시지는 000인데 그들에게 이러한 삶을 살게 하려면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게 가장 고유한 브랜딩 방법일까?"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둘째, '인간성을 부여하는 능력'이다. 지금 시대에서는 인간적인 오류나 실수를 미덕으로 보곤 한다. 차가운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하는 인간의 복잡다단한 욕망이나 문화적 맥락, 그리고 비합리적인 감정의 결을 읽어내는 '휴먼 터치' 역량을 길러야 한다. 단순히 브랜드의 메시지를 일방향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와 마케터의 인간적인 신뢰와 라포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은 AGI가 대체할 수 없는 마케터의 핵심 가치이다.
세 번째는 AI를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능력이다. 현재 시대에는 역설적이게도 "100일 동안 오믈렛 완벽하게 부치기', '100일 동안 다른 사람의 성대모사하기', '내 최애의 순간 1,000장 모으기 등' 그 AI 시대에 무가치하다고 생각되는 아날로그 한 감성과 축적되는 실행의 가치가 돋보이는 콘텐츠가 각광받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AGI의 등장은 마케터에게 위기인 동시에, 매너리즘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던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되찾을 기회로 활용해보아야 한다. AI와 AGI의 능력에 대한 경이로움을 그들에게 던질 질문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서 당당히 자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