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런던베이글 뮤지엄 제주점 톺아보기
이젠 공간이 브랜드의 콘텐츠가 되며, 장소를 매개로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 우리나라 외식업체 공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23년 기준 자영업자도 취업자의 5명 중 1명 꼴일 정도로 자영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 "공간"에서 고객들과 소통하는 곳이 많아지며, 많아지고 있는 브랜드들의 팝업스토어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을 우리 매장까지 가져오게 하려면 많은 고민들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곳에 다시 가고 싶을까?
그 곳은 단순 힙한 곳, 사진이 이쁘게 나오는 곳만은 아닐 것이다.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냄새, 아늑함, 공간의 무드, 그리고 경험이 어우러져야 다시금 생각나고 찾는 공간이 될 것이다. 자주 방문하고 싶은 공간에는 어떤 디테일들이 있을까? 얼마 전 다녀온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중심으로 다시 가고 싶은 공간의 디테일을 가져와보자.
런던베이글 뮤지엄 제주점
- 제주 제주시 구좌읍 동복로 85 제2동 1층
오픈할 때 가도 앞에 100팀이 대기하고 있다는 전설의 런던베이글 뮤지엄이다. F&B 매장의 가장 큰 매력도는 단연 "맛"이겠지만, 그 맛을 보여주기 위해선 고객을 안으로 끌어들어야 하는데 런던베이글을 처음 방문하고 나니 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지 알 수 있었다.
① 예약 및 입장 인원 관리의 디테일
이제는 익숙해진 예약 시스템인 캐치테이블을 통해서 대기 팀을 받고 있었고, 먹고 갈게요/포장 할게요. 2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런던베이글 뮤지엄 제주점은 1층에서 베이글을 구매하고 지하에 좌석이 있었는데 지하에 스탭이 상주하여 인원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10팀이 남을 경우 "대기 확정"을 하겠냐는 안내가 뜨고, 2팀 정도 남았을 때 "입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지" 다시 한 번 체크를 해주어 손님 한팀 한팀의 대기 및 입장 안내를 정확히 하고 있었다.
② 공간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나는 집기류와 이미지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내부는 런던의 베이커리 빵집같은 컨셉에 대표가 손수 그린 말들과 베이글, 그리고 손글씨로 써져있는 안내문, 사진 등이 있다. 런던에서 여행할 때 찍은 사진들로 추정되는 사진들이 있고, 대표의 철학과 연관된 메시지 카드들도 많이 보인다. 베이글로 만든 원형, 원목 삽, 우드 액자에 써진 분필 글씨 등은 공간의 무드를 더욱 "런던베이글뮤지엄"스럽게 만든다.
안내 등을 영어를 직점 썼기에 모든 공간에 공간만의 무드가 녹아있을 수 있었다. 만약 내 공간을 꾸민다면 나만의 필체와 내 공간에서만 낼 수 있는 메시지, 그리고 사진과 집기류들은 어떤 게 있을 지 고민해보자
③ 사진에 담고싶은 비주얼과 DP
런던베이글 뮤지엄의 DP는.정갈함과 투박함이 반반 섞여있는 듯 하다. 일반 베이글들은 검은 배경에 흰색 글씨, 샌딩 베이글들은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차이를 두었다. 역시나 영어 손글씨를 활용하여 이국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샌딩 베이글은 사진을 찍게 좋게 DP하여 외부에 노출시켜두었다.
④ 친근한 캐릭터와 굿즈를 활용한 유머
런던베이글의 캐릭터는 장난스럽다. 키치한 분위기를 내는 런던베이글뮤지엄만의 캐릭터가 곳곳에 놓여져있고, 단순한 안내문을 더욱 유머있게 만드는 장치를 톡톡히 해낸다. 똑같은 메시지더라도 캐릭터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장난을 거는 듯한 무드를 연출한다.
이런 종합적인 무드를 경험한 후 베이글의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찍었던 사진들을 보고, 이 공간 정말 좋다. 재밌다.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킨 후 사온 베이글을 무는 순간 나는 이미 런던베이글 뮤지엄에 호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⑤ 하얀 직원들
직원들의 의상은 전체적으로 하얀색이었다. 하얀색 식기류와 잘 어우러졌고, 깔끔하고 위생적인 느낌을 주었다. 공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는 직원 유니폼의 통일성은 공간의 깔끔함과 무드를 책임진다.
결국, 맛, 매장의 정체성과 공간 재료&무드의 통일성, 집기류, 정체성 등 다양한 디테일들이 겹쳐져 어떤 공간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 같다. 주변에 있는 사람 중 지저분하고 피곤한 사람과 깔끔하고 유쾌한 사람을 떠올려보자. 내 친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몇명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사람으로 치자면, 유쾌하고 장난스럽지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친구의 느낌이다. 공간도 사람을 만나는 공간인격체로써 정체성이 부여되기 때문에 내 공간이 어떤 인격을 가지면 좋겠는 지 생각해보자. 나의 공간은 대개 공간을 이루는 사람들의 성격을 닮아가고, 그 성격이 매력적이어야 사람들과 다시 조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