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래리 Jul 01. 2023

방콕은 더웠지만 때로는 따사로웠다  

동남아를 싫어했던 내가 방콕에서 감동 먹은 이유

나는 동남아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갖는 편견이라기보단 단순히 덥다는 물리적인 이유가 크다. 더위를 쉽게 타는 나로서는 습하고 더운 동남아의 날씨는 휴양이 아닌 버텨야 하는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6월 우연한 기회로 문득 방콕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데, 왠 걸 방콕에서의 기억이 굉장히 좋았다. 여전히 물리적인 더위는 참을 수 없었지만, 그보다 더 좋은 심리적인 이유들이 있었다. 이 이유들은 표본이 나 하나인 주관적인 이유지만 대개 그렇게 느꼈다면 적어도 나의 세계에서 방콕은 이런 모습이었다.


1. 어지러움 속에 질서 있게 여유를 챙기는 모습

1) 운전자들의 여유

이번 여행 그랩, 택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이동했다. 차선은 좁고, 차와 오토바이 등이 많다 보니 구조적으로 차와 차 사이 간격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여기서 놀란 것은 클락션을 울리지 않으면 사고 날 뻔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운전자가 (대개로) 클락션을 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국이었다면 부모님 안부와 함께 욕설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도 우리가 당황하지 않도록 멋쩍게 웃어넘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곡예를 부리는 듯한 방콕의 운전 솜씨에 놀랐고, 놀라지 않는 여유 있는 마인드를 배우고 싶었다.


한국사람의 기준으로는 금방이라도 사고가 날 것처럼 운전을 하는 느낌이 들어 나는 불안하긴 했다.

방콕의 고속도로는 잘 되어있어 쾌적했다.

2) 복잡함 속 체계적인 시장 접객 프로세스

내가 갔던 파타야나 방콕의 식당들은 보통 야외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하는 야장 영업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 당시엔 정말 사람이 많고 복잡했다. 보통 바쁜 야장 가게들의 경우, 천천히가 미학인 반면 우리가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는 데는 한국인의 빨리 미학이 적용되었다. 어딜 가나 주문한 음식을 정확히 빨리 내어주었다. 


태국의 음식은 센 분으로 재료를 넣고 볶거나 미리 우린 국물을 활용한 음식이 주를 이루는데 그래서인지 모든 메뉴의 조리 시간이 5분을 넘기는 일이 드물었다. 또 태국의 식당에는 설탕, 고추, 프릭 남 쏨(식초+고추로 이루어진 소스), 프릭남쁠라(피시소스+라임즙+코코넛설탕+고추)가 놓여있는데 나의 입맛에 맞게 맞춰서 먹을 수 있는 구조가 좋았다. 종류는 약간 차이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에 식당에서 볼 수 있었다.


2. 여러 곳에서 발견한 디테일

1) 호텔 화장실의 핸드크림

방콕에서는 The salil hotel에서 묵었는데, 이곳 화장실에서는 핸드워시와 핸드크림이 함께 놓여있었다. 페이퍼타월로 물기를 닦은 후 핸드워시로 닦고 나가라는 배려의 배치. 이런 포인트에서 세심함의 포인트를 느낄 수 있었다.

왼쪽부터 디퓨저, 핸드로션, 핸드워시이다.

2) 달걀 오더 페이퍼

호텔 조식에서 본 달걀 요리 오더 페이퍼, 각 테이블별로 요청사항을 적어서 에그 셰프에게 주면 요청사항에 맞게 가져다준다. 직접 가서 설명하고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아래에 보면 누들 수프도 요청할 수 있다


3) 관광지별 액자 판매 시스템

관광지별로 이따금씩 우리의 사진을 찍는 사진기사가 있었다. 왜 우리를 찍지(?)하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관광을 끝날 때쯤 인화된 액자 속 사진이 있었다. 우리가 관광을 하는 20~30분 사이에 우리의 사진을 인화해서 액자 속에 걸어 사겠느냐고 제안하는 것이다. 찍었던 사진 속 인물을 기억해서 나갈 때 완성품을 들이미는 것이다.


사지 않을 경우에는 사진 인화 값을 리스크로 지는 것이다. 나름 아무나 찍진 않고, 외국인 커플, 가족 위주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사진 촬영 동의를 받지 않는다는 것에서 상대방의 기분을 해칠 수 있지만,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빠른 속도로 diy 완성품을 만들어주는 것에서 "우와" 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었다.

파타야 진리의 성전에서 그런 서비스(?)를 접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태국 관광지에 있는 듯했다.


4) 여성 우버 운전자 서비스

- 태국에서도 국내의 카카오택시 같은 서비스가 있는데 그랩이나 볼트 같은 것이 그러하다. 툭툭과 오토바이와 달리 가격이 앱을 통해 결제되고, 목적지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에 있어서 툭툭이나 오토바이 같은 서비스보단 편리하다. 볼트는 쓰지 않았지만 그랩을 쓸 때 놀랐던 서비스가 있는데 그것은 여성 드라이버 선택 서비스였다. 여성 혼자 여행을 가는 경우에 이동을 할 때 불안한 마음이 있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여성 드라이버만 배정되게 할 수 있다. 혹시 모를 불안감을 완화시켜 주는 서비스였다.(하지만 시간이 좀 더 걸리고, 잡히더라도 오래 기다려야 할 수 있다.)


3. 고객에게 친절한 접객 마인드

- 다른 나라는 잘 모르겠지만, 여러 군데를 여행하다 보면 접객 친절도의 보편성이라는 데이터가 나온다. 이 데이터는 나라는 사람의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하기 때문에 객관적이라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나의 세계에서는 통용되는 보편적 기준으로 작용한다. 거기에 있어서 방콕의 접객 친절도는 5점 만점에 5점이었다. 가격을 흥정하는 택시에서도 가격이 정해지면 우리가 원하는 위치가 계속 달라지더라도 군말 없이 우리를 원하는 곳에 데려다주었다.


택시를 타며 흥정도 해봤지만, 흥정이 심하다거나 이른바 눈탱이 흥정은 없었다. 대부분 상식적인 수준으로 흥정이 오고 갔고, 대부분 만족할만한 금액을 주고 서비스를 이용했다.


어찌 보면 개도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에서는 생각보다 우리나라보다 더 디테일하고, 배울 수 있는 점들이 많았다. 한국과 다르기에 얻을 수 있는 영감도 많아 아주 만족스러운 방콕의 여행이었다.


스노클링 가이드 현지인은 사진을 정말 열심히 찍어주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