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을 연료삼아 효율적인 공간 기획 프로세스를 구축해보자.
올해 초에 팀을 이동하면서 본격적으로 공간마케팅적인 일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업무를 진행한 적이 있었지만, 큰 규모로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전시팀과 함께 커뮤니케이션하며 기획부터 공간의 그림을 그리는 것까지 진행하였다. 함께 해주신 워킹 그룹 덕분에 결과는 만족스러웠지만 내가 일을 진행하는 과정 자체는 매우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전시적인 담당 부분에서 확인하지 않아 놓친 부분들, 디테일을 놓쳐 아쉬운 부분들, 예산적으로 운용을 못했다는 부분들에서 기저한 아쉬움이었다. 아쉬움은 뭍어두고 부족한 점들을 챙기고자 전시 프로젝트 프로세스를 회고하며 다음엔 더욱 디테일적으로 고민적으로 풍부한 고민들을 하고자 한다.
실제 기획에서 실행까지의 기간은 약 1.5개월 남짓이다. 본 글에선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를 토대로 전시 기획과 실행에 있어서의 업무들을 정리하고자 한다. 내부적인 자료는 제외하고 실제 기획을 진행하고 실행하기까지의 프로세스 위주로 정리하겠다.
필자는 대행사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보통 (RFP, 제안 요청서)를 분석하는 것을 토대로 일이 시작된다. 공간기획 AE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RFP 분석 능력이다. 고객이 직면한 문제를 분석하고 우리만의 언어로 그들의 문제점을 재정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보통 RFP에서 해석해야할 것들은 아래와 같다.
1) 배경
1️⃣ 브랜드의 정성, 정량적 배경 지표(RFP에 따라 기재되어 있지 않는 곳도 있다.)
▶ 고객사가 제시한 배경을 우리만의 인사이트로 전환하는 KICK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고객사 누구나 아는 이야기에서 누구나 알지 못하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를 가져가야 PT장에서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할 수 있다.
2️⃣ 팝업스토어 히스토리
- 이제는 바야흐로 대 팝업 시대이기 때문에 만약 팝업스토어를 했었다면 이전에도 이벤트나 행사를 개최한 이력이 있는 지, 어떤 컨셉과 배경으로 진행했었는 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 컨셉을 겹치게 가져갈 경우엔 식상함을 줄 수 있고, 아예 다르게 가져갈 경우엔 이전 팝업과의 괴리감을 줄 수 있기에 약간 다르면서 새로운 컨셉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약간 다르면서 신선함, 어려운 단어지만 그걸 해내야 채택될 수 있다.
3️⃣ KPI
- 팝업스토어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 방문객, 앱 설치 수, 홍보 콘텐츠의 노출 수, 홈페이지 유입 등 다양한 KPI가 있을 수 있다. 컨셉 및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는 KPI를 지켜야한다는 강박은 잠시 접어두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예산
저렴하고 좋은 건 세상에 없다. 예산에 따라 규모, 프로그램, 홍보가 달라지니 어느정도 예산인지 체크하는 건 필수이다. 프로젝트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돈, 돈, 돈이다. 공사를 한다면 내부적인 숙식 비용까지 체크해야 하는 게 공간 프로젝트의 예산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예산의 파이를 체크하는 것은 필수이다. 팝업스토어의 예산은 공간과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3천만으로도 할 수 있지만 15억으로도 모자랄 수 있다.
5️⃣ 기타
- 고객사도 답정너 성향이 있다. 아무리 기깔난 기획이더라도 의사결정권자의 입맛에 맞지 않다면 채택되지 않을 수 있다. 브랜드에서 외부에 요청서를 줄 때에도 의사결정권자가 머릿 속에 그리는 그림이 있을 것이다. 담당자와 친분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꼭 이 부분을 체크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부적인 방향을 체크한다면 설득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1️⃣ 컨셉
- RFP 분석이 끝났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컨셉을 고민해야할 때이다. 보통 브랜드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한다던가 제품이 나온다던가, 새로운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 할 때 홍보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다.
유형의 서비스인 경우 그 서비스의 키 메시지에 입각하여 기획하면 되지만 무형의 서비스인 경우 RFP 분석에 입각하여 새로운 컨셉과 키 메시지를 기획해야 한다. 장소 컨셉을 기획할 때는 항공, 대학교, 푸드코트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장소 특성을 활용하면 좋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알려주는 게 마케팅의 역할이기도 하다.
2️⃣ 프로그램
컨셉을 정했다면, 내부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프로그램 기획 시에는 연결 프로그램, 메인이 되는 프로그램, 서브가 되는 프로그램을 나누어 기획하는게 좋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① 연결 프로그램
컨셉에 기반하여 전체 공간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프로그램, 나무증권 팝업스토어의 경우, 여권이라는 연결 매체를 통해 전체의 프로그램들을 연결했고, 원소주 팝업스토어의 경우 스탬프 투어를 통해 전체의 컨셉을 연결했다. 연결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컨셉에 맞는 형태이면 좋다. 지엽적인 프로그램이더라도 형태를 다르게 하면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데, 스탬프투어로 예를 들면 5개의 스탬프를 찍었을 때 특정 형태가 완성되게끔 설계할 수도 있고, 스탬프의 종류를 다르게 해서 나만의 결과지를 만드는 형태로도 할 수 있다.
② 메인 프로그램
킬러콘텐츠가 되는 프로그램이다. 가장 힘을(예산을) 많이 쓰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팝업의 메인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팝업에서 가장 바이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내부 IP를 활용할 수도 있고, 내부 IP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진행할수도 있다. 메인이 되는 프로그램은 리워드랑 직접적으로 연계될수록 참여율과 인증 유도를 할 수 있다.
③ 서브 프로그램
서브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메인은 아니지만 방문객으로 하여금 즐길 수 있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메인 프로그램처럼 주가 되는 건 아니지만, 프로그램을 대기할 때 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이라거나 테스트, 혹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가벼운 대기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 공간에 QR코드를 배치해서 랜딩 페이지로 유도하거나, 공간 안에서 숨겨진 조각을 찾으면 리워드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3️⃣ 공간 톤앤무드
다음은 공간에 대한 톤앤무드이다. 컨셉과 프로그램을 정했다면, 어떻게 그 공간을 드러낼지 정해야 한다. 보통 컨셉에 맞추어서 브랜드 컬러에 맞추어 공간을 구성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① 브랜드 컬러 사용
- 보통 브랜드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브랜드 컬러가 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메인 브랜드 컬러를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고, 포인트 컬러를 돋보여줄 수 있는 서브 컬러를 사용한다. 스타벅스의 메인 컬러는 초록색이지만 매장을 보면 초록색이 없는 것처럼 메인 컬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서브 컬러를 정해서 해야 한다.
② 구성
- 공간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구성을 보여주고, 어떤 포인트를 어떻게 접목하겠다는 건지 보여주어야 한다. pinterest에서 컨셉에 맞는 키워드를 찾아서 공간에 대한 무드를 참고해본다거나, behance에서 "popupsotre"를 검색해서 다른 공간 구성은 어떻게 했는 지 참고해보는 것도 좋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넣은 공간을 통해, 어떤 구성으로 어떻게 브랜딩을 할 지 가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컨셉과 구성은 확실하되 구성을 통해 어떤 것을 드러낼 지가 확실한 공간이 가장 이해가 쉽게 되고, 좋다고 느껴지는 팝업인 것 같다. 최근에 진행한 팝업 중 인상깊은 팝업스토어는 나무증권의 나무증권공항 팝업스토어였다. 공항이라는 확실한 공간컨셉과 공간을 나타내는 구성이 확실히 이해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4️⃣ 장소
장소는 변경될 수 있기에 후순위로 생각해두는 게 좋지만, 장소가 확정된 상태라면 장소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도 함께 가져가는 게 좋다. 그 장소에서만 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되는 장표가 있으면 좋다. 예산과 피저빌리티를 토대로 진행 가능한 장소를 서칭하고, 가능 일정을 미리 확보해두는 편이 팝업을 기획하거나 시공을 잡을 때 아주 좋다.
는 2탄으로 준비해보겠다.(몇탄이 될 지 모르겠지만)
+ 본 글에 예시도 추가해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