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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쉰다는 것

첫 번째 안식월을 맞이하는 직장인의 마음가짐

by 래리

첫 번째 안식월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직장을 다닌 지 7년차를 맞아 처음 사용하는 안식월이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만 3년이 지난 후 4년차에 1개월 유급 휴가인 안식월을 부여하는데 그 휴가를 7년 동안 쓰고 있지 않다가 이제서야 사용했다.


지금까지는 휴가 이상의 안식을 취하지는 않아도 되어서였 수도 있겠다. 야근을 한 만큼 휴가가 나오는 회사사이기 때문에 몇주간 야근을 하면 금방 1주 이상의 휴가가 쌓이곤 했다. 굳이 한달 이상의 휴가를 내지 않아도 바쁜 프로젝트가 끝나면 1주 혹은 길게는 2주 이상 쉬고 올 수 있었던 환경이었다.


그래서 더 쉬고 싶다거나 길게 쉬고 싶다는 생각을 아직까지는 해본 적이 없었다. 장기 휴가에 대한 욕망이 없었기에 안식월을 쓰지도 않았다. 여행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어서 길게 쉬는 시간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뭘 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으니 '언젠간 필요한 순간에 쓰겠지'라는 생각으로 고이 안식월을 모셔둔 것이다.


결국엔 결혼이라는 거사를 치르고 나서야 안식월을 쓰게 되었는데, 그 덕분에 나는 한달 반 정도의 긴 휴식 기간을 가지게 되었다. 휴가에 욕망이 없었던 과거의 나에게 잘했다고 토닥이며 회사를 다닌 이래 가장 긴 자유를 얻게 되었다.


이 안식월은 지금까지의 휴가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지금까지는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일했으니 쉬어가자'라는 마음가짐으로 휴식을 취했기에 딱히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시간이 비니까 여행을 가거나, 집 침대에 누워 숏츠를 5시간 동안 봐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것 정도였달까. 그렇게 쉬고 휴가가 끝나면 찜찜한 여운과 함께 다시 출근하곤 했다.


하지만 이 자유는 '내 환경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시간'으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나의 새로운 집을 가꾸고, 삶의 동반자와 이전과 다른 삶을 시작하는 기점 때문이기도 하겠다. 휴식 기간이 끝나고 나서 '잘 쉬었다.'라는 느낌을 느끼기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을 나열해본다.


[편히 쉬어가기 위해 하고 싶은 것들]

① 서로의 취향을 담은 공간 만들기

② 생애 첫 방문인 이탈리아에서 감상과 사진을 기록하기

③ 연간 목표를 되돌아보고 올해의 목표 재설정하기

④ 맛이 끝내주는 요리 직접 만들어먹기


안식으로 완성되는 2025년을 위해.

이번에도 잘 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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