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여름 어느날 아침 - 알래스카에도 일상은 있다 5
새의 둥지를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
지난 여름 둥지가 툭 떨어지던 어느 오전까지는.
부엌 창문을 여름 날 며칠 열어두었다.
초여름의 싱그러운 바람이 자주 방문하도록.
창문틀 위쪽과 처마 사이의 공간에
새가 둥지를 틀어 놓은 것을 까맣게 모르고
그날 아침 무심코 창문을 닫았다.
뭔가 툭 하고 떨어지는 기척에
뒤꼍에 나가보니
둥지가 있었다.
새가 부지런히 둥지를 만든 모습이 눈에 선연하다.
진흙과 나뭇가지로 작품과도 같은 집을 세웠다.
버릴 수가 없어 계단참에 올려두었다.
그렇게 둥지를 일년 넘게 그곳에 놓아두었다.
집을 만든 새는 찾아오지 않았지만
공들여 만든 그 생명체의 집을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결국 풍파를 겪으면서 곰팡이가 피고 말라가서 버릴수밖에 없었지만.
빈 집은 그게 무엇이건 쓸쓸하다.
기다림이 늘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