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자신의 행복을 빈다. 하지만 나는 예전에도, 지금도 이상하게 나의 행복을 잘 빌지 못한다.
나는 전장에서의 최후의 보루가 되고 싶었고, 날아오는 화살을 막을 마지막 방패가 되고 싶었다. 그걸 바라는 나 자신이 너무나 아팠다.
왜 나는 내가 부숴지고 버려지는 것을 원하는 걸까. 그렇다고 방패가 되기 위한 다른 노력을 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하지도 않고선 왜 이러는 걸까. 그렇게 자책과 도망의 반복이었다.
"너는 아무것도 안 하잖아."
그 말이 귀에 박혔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도망치고 있고, 회피하고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그런데 이제 와서 과연 내가 노력을 하나도 하지 않고 산 건지 질문을 해봤다.
나는 우울증의 상황에서도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태극권과 다른 운동을 하면서 몸을 다스리려고 한다. 상담을 받는다.
정작 사람들이 내가 아무것도 안 한다고 했을 때, 나는 발끈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뭔가를 하고 있었다는 걸.
뒤돌아서 도망치지 않았다. 맞설 상대에게 방패를 들었다. 비록 떨리는 팔과 흔들리는 눈망울이었지만, 막으며 후퇴하고, 다시 전진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큰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큰 사람이 아니다. 계속해서 도망치고, 회피하고,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이다. 하지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
나는 등을 돌려서 피하지 않았다. 무섭고 눈이 감기고 팔이 떨리더라도, 방패를 내리지 않았다.
전장에서의 최후의 보루는 되지 못했다. 날아오는 화살을 막는 마지막 방패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눈을 감고 싶고 떨리는 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패를 들고 서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은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