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살이던 해 9월 3일, 나는 신학교를 자퇴했다.
신학교의 삶이 맞지 않아서 나간 건 맞지만, 웃기게도 사제의 삶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신학교를 나오면서 나는 서원을 했다. 내가 정말 필요하면 다시 신학교로 불러주고, 그게 아니면 사회에서 내가 할 일을 달라고.
당시 나는 너무나 모자라서, 신학교에 있는 것이 부끄러웠다. 차라리 이 온실 밖으로 나가서, 죽거나 살거나 둘 중 하나를 받아들이겠노라고. 그렇게 나는 학교를 떠났다.
그 서원을 한 지 십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그 다짐을 잊고 살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신학교에서 성인 성녀들을 공부했을 때, 나는 우리는 모두 지옥에 간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다. 왜냐하면 천국에 올라갈 수 있을 만한 성인 성녀들이, 지옥에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지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오늘 문득 나의 서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봤다. 얼마 전에 누군가가 나보고 아직도 신부님 같다고 말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져서 그때 그 서원을 떠올렸다.
그때 했던 다짐과 선언이 지금도 유효할까.
돌이켜보니, 나는 그 길을 버리지 않고 다른 형태로 걸어왔던 것 같다. 물리치료사가 되어 몸의 고통을 다루고, 태극권으로 균형을 찾고, 글을 쓰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내가 요청했던 "사회에서 내가 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성인성녀들처럼 지옥으로 내려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내 안의 지옥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작은 고통 앞에서, 여전히 서 있으려고 한다.
나는 서원을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그에 응답하고 있었다. 아니, 그랬던 것 같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