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 푸른 대나무 숲이 보인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대나무들
시원하기도, 창살 같기도 한 숲을 길 따라
한 한옥을 발견한다. 대나무로 뚫려 받쳐져 있는
주인은 백골이 되어 저기 하얗게 흩어져있고
대나무만 집을 지키고 있다.
그 집을 지탱하느라 등골이 휘다가 아예 꺾이기까지 하고
그것을 이겨가며 집을 관통하고 있는 저 나무는
결국 집의 무게를 이겨내 집을 감싸고, 우뚝 서서 그와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키 작은 그것은
정상적으로 자란 그들의 그늘에 막혀
잎이 누렇게 떴다.
좌우를 살펴보다 다시 고개를 돌리니
퍽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집의 기둥처럼 서까래를 받치며 지붕을 뚫고 나간
끝이 누렇고 휜 대나무
죽창으로 쓰이기엔 무르고 휘었지만
집과 서로 꿰뚫려 하나 된 그 모습을 보자
묘한 만족스러움에 나는 가만히 대청마루에 앉아본다.
눈을 감자 손에 든 차 향이 잎과 함께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