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만 잠겨 있던
내 세상이
부욱 하고 균열이 갔다
나는
나의 날카로운 부분을 뻗어
열고 나갔다
나는 여러 개의 스크린을
이어 붙인 것 같은 시야와
여덟 개의 뾰족한 다리를 땅에 딛고
두 개의 더듬이 다리로
먹이를 붙잡거나 하는
거미였다
저기 멀리서
다른 거미들이 보인다
모두 여러 모양의 글자에
구멍을 뚫어 녹여 먹고,
어떤 거미는
땅굴을 파고 기다리다
글자를 포획하고,
어떤 거미는
뛰어다니며 글자를 사냥하고,
어떤 거미는
꽁무니에서 뿜어낸 실로
구조를 만들어
글자를 포획한다.
이제 막 나온 나는
아직 무엇인지 모른 채로
입과 다리와 뒤꽁무니를
기웃기웃거린다
나는 어떻게
글자를 사냥할 수 있는지
어미가 가져다 놓은 듯
알 뭉치 옆에 놓여 있는
글자를 입에 가져다 대고
어금니를 박아 넣는다
껍질도 남기지 않고
몸속으로
쭉쭉 빨려 들어간다
멀리 바라보다
저 높이 풀잎 위의
글자들을 발견한다.
풀쩍 뛰어
글자들을 포식하고,
또 멀리의 글자를 포착한다.
꽁무니의 실을
풀 끝에 매달고
떨어진다.
추가 흔들리고,
현에서 아련한 음이 들리다
끊기는 순간
나는 큰 놈에게
독니를 박아 넣고
끌고 간다.
저 옆의
어두운 동굴로
끌고 들어가
입구를 실로 덮어
가리운다.
나는
내 은신처에
스스로를 가두지만
이 사냥감을
모두 소화하고
나올 때의 모습이
나조차도
퍽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