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 관계 역전

by 메아리

내겐 고양이가 셋 있었다

그들 모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내 인생에 들어온 그들 중 하나는

나와 서로의 피를 몸을 뜯어 나누고

다시 봉해주고 그날 웃기게도

품 안에서 자는 녀석이었다.

호박색을 닮아 불린 호박이는

몸 안에서 밖으로 삭아나와

모래로 스러졌다.


복숭아를 닮아 모모라 불린 하나는

다른 양육자의 품 안에서 처음 만나

나와 함께 살았다.

옆에서 대신 양육해 준 내 입장에선

그래도 행복하고 떳떳해했던 것 같다.

다른 아이가 생겨

찬밥 신세가 되기 전까진.

아이가 구내염으로 입냄새가 나더라도

내 머리맡에 놓고 토닥거렸다.

3년 전 양육자가 떠난 충격으로

어금니를 부러뜨려버린 이 아이는

결국 지난 6월 어느 날

나를 보고 정말 정말 크게 울더니

동공의 힘을 풀어버렸다.


마지막 하나는 데려온 날 쌈채소 중

집에서 갖고 온 머위를 작은 어금니로

아작아작 거려서 머위가 되었다.

덩치도 크고, 영악하고, 애교가 많다.

다른 양육자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래서 배신당했을 때의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제는 닭고기 안 준다고 밀어내다

자세가 무너져 넘어져도

실망 따위 눈에서 살펴볼 수가 없다.


3년 전 상호양육자의 배신으로

내 침실은 사형수의 독방이 되고

집 복도는 라스트 마일이 된 것 같았다.

아이들을 보면서

겨우 그 길을 걷지 않았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순번을 정하여

간수인 줄 알았지만 보호자로

나와 계속 눈과 발을 맞추었다.


처음에는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저 아이들이

빚쟁이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이제야 이 아이들의 양육방식임을

깨닫는 것만 같다.


비몽사몽 해서 눈을 뜨니

아침마다 눈을 맞추고 이마를 맞대는

머위와 눈을 마주친다.

운동하러 나가려는 걸 잠깐 멈추고

조금 더 누워있을 핑계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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