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 <연작, 이름 3-혁희(赫曦)>

by 메아리

녹이 벗겨졌을 뿐, 아직 무딘 검, 이름은

새벽하늘을 겨우 비추고 있다.

검법이 아닌 도끼질의 흔적이 남아, 아직 보기 흉하다.


나는 이름을 들어 불에 밀어 넣는다.

정해진 시간이 흘러 이름을 꺼내자

불에 색이 물들어 빛나고 있다.


나는 가차 없이 나의, 이름을 들어 기름에 밀어 넣는다.

잠깐 불이 붙고, 곧 꺼지며 연기가 사그라들어 꺼내자

물든 불은 검 안으로 침잠했다.


다시 불에 밀어 넣는다.

다시 불에 물든다.

꺼내어 모루에 놓고, 내려친다.

튀는 불꽃은 검 속에 깊이 머금었던 불과 무언가 이리라.


이번에야말로, 나의 검, 이름과 함께

깡.


수많은 악의와 검의 숲을

깡.


하나가 되어,

모두 베어내고 나아가리라

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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