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어어~~나와 여얼~~~차~ 타고 가는 군대. 대한민국의 병역법은 빼도 박도 못하게 병역의 의무를 제시하고 있다. 죽음, 입사, 입학 등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 가운데 유일하게 명백하고 예측 가능한 변수가 군대다. 강한 친구를 육성한다는 핑계로 건장한 청년들을 2년간 사회와 분리하는 행위는 그리 유쾌한 일이 못 된다. 화타처럼 사람을 살리지는 못할망정, 사람을 죽이는 법을 배워오는 곳이 군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드라마 <D.P>는 PTSD를 불러일으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군대 시절의 불편한 기억을 건드린다. 주인공인 안준호(정해인) 이병과 한호열 상병(구교환)은 DP조로 활동하며 탈영병을 잡는 헌병이다. 전쟁에서 도망은 전략이지만, 그들의 도망은 생존이다. 통제된 질서 뒤에 가려진 무질서와 폭력, 불합리, 가해와 억압은 철옹성 같은 군대의 담벼락을 넘게 만들었다.
혹자는 영화에서 자행되는 짓이 모두 옛날 군대의 일이라고 치부했지만, 글쎄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또 다른 악마들이 여전히 연병장을 돌아다닐지도 모른다. 군대는 늘 그랬듯이 약육강식과 승자의 논리, 상명하복이 경전처럼 받들어지는 세상이니 말이다. 덮자는 말이 분식집에서 제육 덮밥 팔 듯 쉬운 곳도 그곳이다. 물론 저어어어엉말로 세상이 좋아져서, 저런 볼썽사나운 일이 사라졌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개인적으로 연기 블랙홀이 없었다. 호랑이 열정과 쭌이의 케미가 굉장히 돋보였다. 순한 얼굴 속에 어린 그림자와 독기를 정해인이 잘 살렸고, 까불거리는 양아치 동네 형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속이 깊고 보이는 건 어수룩해도 일은 기깔나게 잘하는 호열이를 구교환이 맛깔나게 살렸다.
장교 특유의 쓸데없는 자존심과 약간의 똘기가 결합된 임지섭 대위와 시끼를 남발하는 애연가이자 헌병대 에이스 개범구 중사는 손석구와 김성균이라서 가능했다. 끝으로 조현철은 실제 별명이 봉디쌤이 아닌가 할 정도로 발군의 연기를 보여줬다.
6화까지 모두 보고 나서 떠오른 두 단어는 ‘방관’과 ‘굴레’였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사실 조석봉이다. 그는 선임들에게 온난 수난을 당하면서도 참았다. 굴레에 굴복했으나, 그로 인해 치르는 대가는 너무나도 뼈아팠다. 살기 위해서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복수극을 시도했으나 그 결말은 비극이었다.
비극을 방관한 조연들은 그를 달랬으나, 주인공은 칼을 뽑아 들고 피의 결말을 썼다. 한 소설의 문구처럼 어떤 자살은 최종적 형태의 가해였다. 궁극적으로 그 가해의 최종적 공범은 바로 방관자들일지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같이 가담한 방관자들. 이 드라마는 방관자에게 묻는다. 이 결말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냐고.
덧붙여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 굴레에서 도망쳤던 준호가 굴레에서 도망치는 자를 잡으면서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하다. 여전히 칼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약간의 사연이 있어 보이는 호열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갈까? 과연개중사는 진급할 수 있을까? 암튼 다음 시즌을 기다리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