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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버트 Mar 03. 2021

이야기 하나

당신이 흔들릴 때 SHIFT하라

 

 "미국의 한 대학에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가진 젊은이들이 있었다. 모두 시인, 소설가가 될 꿈을 가지고 있었으며 문장력과 표현력이 뛰어났다. 장래가 촉망한 이 아이들은 '문학비평 클럽'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서로의 작품을 읽고 비평했다. 모임의 이름답게 한 치 양보도 없이 서로의 작품에 대해 낱낱이 해부하고 비판했다. 아무리 사소한 문학적 표현도 100조각으로 분해해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런 비평을 통해 상대방의 문학적 재능을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모임은 문학 비평 경연장과도 같았다.

 

   그 대학에는 또 다른 성격의 문학 클럽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문학토론 클럽'이라고 이름 붙였다. 역시 서로의 작품을 읽었지만 한 가지 두드러진 차이가 있었다. 이들의 비평은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긍정적이며, 서로를 격려하는 차원이었다. 사실 비평이나 비판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사소한 문학적 시도도 높이 평가받고 격려받았다.


   20년이 흐른 뒤, 그 대학 교무과에서 아이들의 경력에 대해 조사하던 중 '문학비평 클럽'과 '문학토론 클럽' 회원들의 문학적 성취에 두드러진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비평 클럽에 속했던 그 많은 문학 천재들은 단 한 명도 이렇다 할 문학적 활동을 하지 못했다. 반면에 토론 클럽에 속했던 문학도들 중에서는 여섯 명의 뛰어난 작가가 탄생해 독자 모두가 인정하는 높은 문학적 성취를 이루었다."




   아침에 일어나 페이스북을 보다가 발견한 글이다. 2013년에 류시화 시인이 쓴 글이 돌고 돌아 때마침 나에게 왔다. 예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간단해 보인다. ‘문제나 원인을 정확하게 파헤치는 것이 일면 더 나은 삶의 길로 안내해 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흔히 자녀나 학생에게 잘못된 행동을 짚어주면 그 사람이 문제적인 행동을 고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나 교사는 저마다 선의를 가지고 그런 일을 한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나 원인을 파헤치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라도 경직되고 방어적이 되기 쉽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 같다. 간혹 적대적이고 공격적이며 자기 조절이 서툰 이들은 그 상황을 참지 못하며, 좋은 의도와 달리 결과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악화되거나 실패로 돌아가기 쉽다는 것도 잊는 듯하다.  


   근래 심리학 및 상담 분야에서는 과거와 달리 문제나 단점보다는 강점이나 장점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이 힘을 얻고 있다. 긍정심리, 자기 계발 분야, 사회복지 실천영역 모두에서 강점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강점’이란 용어는 성격강점 즉 인간의 성품, 타고난 재능, 한 사람이 가진 것 중 건강한 모든 것 등 분야마다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쓰이지만, 학교에서 사용할 ‘강점’은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와 같은 ‘한 사람이 가진 것 중 건강한 모든 것’ 의미라고 볼 수 있다. 한 사람이란 말은 아이, 학부모, 동료 등 교사가 만나는 모든 이들을 일컫는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강점은 장점으로 해석되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에 비해 특별히 잘하는 점이 없으면 자신에게 강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누군가 강점에 대해 물으면 예전에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다행히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주 쉽게, 아주 길게 대답할 수 있다. 이는 내가 장점이나 특별한 자랑거리가 있어서라기 보다 ‘생각의 전환’에서 나온 결과이다. 특별히 뛰어나거나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나쁘지 않은 것은 전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강점의 목록이 길어지는 것이다.


   일상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내가 무리 없이 생활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나뿐 아니라 누구든 그렇다. 그러므로 교사인 그대에게 학생의 문제가 압박하고, 덮치거나 거슬리고 부각될 때는 그렇지 않은 때는 어떤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거기에 해결의 실마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학생이 문제행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많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 비슷한 상황에서도 문제화되지 않을 경우가 있다는 단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교실마다 소위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몇 명씩은 있었다. 그러다 학교폭력 같은 사건으로 연루되는 예도 있었기 때문에, 교사는 행동이 문제 되는 아동을 관찰하여 평소 행동을 기록해두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우리에게‘문제 아닌 순간을 모두 놓치고 아이에게서 문제가 되는 순간을 포착해, 문제에 집중하고, 문제행동을 자세히 살피도록 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의해 하는 필요에 의해 하는 일이더라도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물론 학생과 관련해 발생하는 일을 기록하는 것은 여러 이유에서 필요하지만, 그 아이가 지나간 자리에 문제적인 흔적만 남는다는 점에서 그리 장려할 일은 아니다. 만약 날 선 학생의 문제적 행동을 남겨야 한다면 그렇지 않을 때의 모습 역시 관찰한 후 기록되어야 하고, 문제행동 이외에 어떤 다른 행동을 하는지도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교사는 감시자가 아니다.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고,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곁을 내어주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학생을 떠올렸을 때 잘못된 행동보다는 그렇지 않은 어떤 행동들을 먼저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쉽진 않겠지만 그게 선행되어야 감시자가 아닌‘먼저 산 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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