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학교, 그 애증의 공간

by 알버트



“가방 대신 휴대전화 충전기 하나 달랑 든 아이가 교문을 들어선다. 여자 화장실은 여학생들이 화장을 고치는 곳이 돼버렸고, 긴 머리의 남학생들은 거리낌 없이 주머니에 담배를 넣고 다닌다. 쉬는 시간에 학교 밖으로 도망간 아이를 잡으러 나서는 교사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방영된 뒤 TV 다큐멘터리가 받을 수 있는 상이란 상은 죄다 휩쓴 EBS의 10부작‘학교란 무엇인가’에 등장한 한 고등학교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 일단 이것부터 물어보자. ‘학교’란 대체 뭔가.”

“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곳이다. 학교는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협력하는지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공교육 무용론이 나오는 건 학교가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어서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석 달에 걸쳐 교사·아이·학부모는 물론 전직 교육부 장관, 전교조·교총 같은 교원단체, 연간 몇십억 원씩 버는 유명 학원 강사까지 만났다.‘학교가 뭐 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각각이었는데 딱 한 가지는 일치했다. ‘학교가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식의 비관론이었다.”


“ 학교, 뭐가 가장 큰 문제인가?”

“ 하루 평균 152명의 아이가 학교를 떠난다. 학교생활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절망하고 있다. 종이에 꿈을 써 보라고 했더니 ‘꿈 없음’이라고 쓴 아이도 많았다. 아이들에게 학교가 자신의 가능성을 구현해내기 힘든 공간이 돼 가고 있다는 증거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선생님도 학교가 즐겁지 않다. 아침마다 출근하기 싫다는 교사를 많이 만났다”.


다큐멘터리 팀은 오늘의 학교에서 가장 큰 문제를, 행복하지 않은 학교생활로 지적한다. 아이를 비롯해서 교사까지, 학교가 주 무대인 그들의 일상이 행복하지 않은 것이 학교의 문제라고 말한다. 행복하지 않은 학교생활은 2016 제8차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를 봐도 알 수 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국 아이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 OECD 22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한국 아동과 청소년은 자신의 건강, 자신의 삶에 만족한 정도, 준거집단에 대한 소속감, 외로움을 느끼는 것 등이 조사대상국에 비해 모두 떨어진다. 2018 아동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우리나라 아동들의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보이며 행복감이 낮다. OECD 주요 국 아동의 삶 만족도는 평균 7.6이지만 한국은 6.6이다. 2019년 5월 23일 자 연합뉴스를 보면 우리나라 아동은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지만 적절한 휴식과 놀이, 사회적 관계 형성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스트레스 40.4%, 우울감 경험률 27.1% 등 정서장애 위험이 증가하고, 9∼17세 아동의 3.6%는 심각하게 자살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나 아동들의 마음 건강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하는 일을 살펴보면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희망하는 방과 후 활동과 실제 그들이 해야 하는 활동에는 차이가 많다. 44.2%의 아동들이 신체활동이나 운동, 친구들과 놀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의 16.4% 정도가 실제로 이런 활동을 한다. 반면 학원이나 과외활동을 하기를 바라는 아동은 29.7%인데 비해 57.6%은 방과 후에 학원이나 과외활동을 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아이들의 바람은 그저 희망일 뿐 부모 손에 이끌려 방과 후의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안쓰럽다.

제작팀은 요즘 학교는‘관계’가 무너졌다고 보았다. 10부작의 다큐멘터리를 진행하며 줄곧 강조했던 것도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했다. 무너진 관계를 다시 한번 세워 보자는 것이 그들의 의도였다고 고백한다.


“교사로서 수업을 잘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아이와의 관계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이 1년 4개월여에 걸친 노력 끝에 발견한 점이다.”


교사의 수업이 교사의 능력이 아닌 ‘관계’와 상관있다는 사실은 제작진이 발견한 바와 같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가 가진 것을 아이들과 제대로 나누기 위해서는, 그리고 엎드려 자는 아이들을 일으키고, 교사와 눈 맞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꿈 없음, 행복하지 않음, 학교 떠남, 관계가 무너짐이 만연한 우리의 학교에서는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일까? 학교에 대한 비관론을 낙관론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걸까? 지금쯤 학교는 어디에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두리번거릴까? 그리고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