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그 애증의 공간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선생님의 이름을 떠올려보면 중요한 마디마다 찍힌 선생님의 얼굴이 생각나고, 뒤이어 왁자지껄한 그때의 교실이 따라오는 듯하다.
교사는 아이의 학교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언급된다. 학교 적응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부적응 아이의 학교 적응을 돕는 요인으로 친구들의 도움과 지지, 교사의 지지를 중요하게 꼽는다. 학교폭력의 발생, 대처, 억제 효과를 비롯하여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중재 및 적응을 돕는 일에서도 교사가 끼치는 영향이 크다. 지역 종합사회복지관이나 건강가정지원센터, 상담복지센터, Wee센터에서 일하는 담당자들은 공통적으로 대상 아동의 교사 특히 담임교사의 힘과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한 예로, 위기가정 아동 개입을 위한 통합사례회의에 아동의 담임교사가 참석할 경우, 아동의 긍정적인 변화뿐 아니라 학교 적응에 있어서 굉장한 차이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교사의 지지뿐 아니라 아이와 관련된 지원 인력들이 학교와 학교 밖에서 협력하는 일은 아이에게 중요한 보호요인으로 작용한다. 학교 안에서는 담임교사, 학교사회복지사, 전문상담교사가 학교 밖에서는 지원팀이 보호하고 보살피는 여건을 갖춤으로써 아동은 일정 부분 정서적 물질적으로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아동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중요한 공간, 또래들과 수많은 관계의 장이 펼쳐지는 학교라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봐 주고, 지지해주고,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성인을 가진 셈이다. 이런 이유들이 더해져 EBS 다큐멘터리 팀은 학교에 대한 비관론을 낙관론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선생님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는지 모른다.
회복탄력성을 연구한 에미 워너는 연구를 통해 불행한 환경에서도 역경을 딛고 훌륭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공통적인 요인을 있다고 밝혔다. 아이를 사랑하고 무조건 신뢰하는 한 명 이상의 성인의 존재가 그것이다. 이는 건강한 부모가 부재할지라도 교사, 조부모, 이웃 등 그 누구라도 단 한 명의 성인이 될 수 있으며, 이들의 사랑이 아이를 향할 때 불행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탄력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결과에 비추어 보면 하루 중 아이들 곁에 있는 시간이 많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어떠한 존재여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이 마주하는 대상은 사물이 아니라 인간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사람을 대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갖추려 해야 한다. 아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를 읽는 능력, 아이의 말과 태도를 읽고, 듣고, 물으며 이해하려는 태도도 필요하다. 다큐멘터리 팀의‘학교란 곧 관계’라는 결론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교사에게 있어 관계를 맺고, 관계를 파악하고 다루고 조율하는 능력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교사는 학교에서 빚어지는 아이들 사이의 조화와 불협화음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유추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자극에서 아이들이 건전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중재하고, 개입하는 능력은 아이들의 관계, 일, 교육과정, 동료 그리고 학부모와의 관계를 보다 자유롭게 변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교사에게는 아이를 민감하게 살피고 공감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아이에 대한 민감성과 공감력은 교사가 갖추어야 할 성품이자 귀한 자원으로 작용한다. 사태를 부정적이고 문제 중심적으로 해석하거나 그 안에 얽힌 사람들에 대한 공감력이 부족한 경우, 학교에서 생긴 문제 상황이나 관계가 걷잡을 수 악화되는 예를 수없이 보았다.
물론 필요한 성품과 역량을 갖추기까지는 경험, 성찰 그리고 노력과 훈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교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하여 처음부터 숙련된 악기 연주자처럼 연주하기란 어렵다. 그러므로 학교를 연습의 장으로 쓰기 전에, 선생님 되고자 하는 이들은 교사로서 필요한 자격과 역량을 갖추려는 훈련의 시간을 사전에 확보하려 애써야 한다. 그리고 점차 훈련과 실습을 통해 경험하는 시간을 포함하도록 교사 교육기관의 교육과정 역시 개정되면 좋겠다. 선생님으로 사는 동안, 서툴렀던 초심자의 시간을 지나 숙련된 솜씨를 발휘하는 연주자가 된 동료들을 많이 만났다. 부모가 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배우고 성장하듯 나와 내 동료들도 그렇게 선생님이 되었다. 교사들은 발령을 받은 후 경험을 쌓으면서 학교 현장을 알아가고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깨닫기도 하고, 자책과 절망, 때론 희망과 행복의 시간을 맛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니 위험부담이 있다. 그러니 교사가 되려는 자는 도구로서의 자신을 연마하기 위해 미리 공부하고 배우며 성장하려는 의지를 다지면 좋겠다. 또한 이러한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되거나 선발과정에 이런 요소 또한 고려되면 좋겠다.
이제 한낮의 햇살이 시들어 간다. 자고 나면 찬란하던 단풍이 힘없이 내려앉는다. 무덥고 힘겨웠던 지난여름을 잊은 듯 하늘은 파랗고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