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흔들릴 때 SHIFT하라
다양한 실천 영역은 시대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의 영향을 받는다. 전통적으로 우리를 지배했던 패러다임은 개인이나 사회가 보이는 병리적인 현상에 초점을 두는 문제 중심 접근이었다. 문제 중심 접근은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면, 전문가가 그 문제를 해결하고 통제하기 위한 좋은 전략을 알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예로 들면, 말썽의 소지가 된 원인을 알아내어 그것을 고치면 해당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방식이다. 교사는 아동에 대한 전문가이며, 아동에게 필요하고 가치 있고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아동보다는 전문가인 자신이 알고 있다고 믿으며, 아동에게 유익한 것을 교사 자신이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내가 성장하는 동안 학교나 가정에서 교육받은 방식이 대부분 이런 방식에 기초했기 때문에 부모와 교사가 된 나 역시 이런 문제 중심 접근 방식을 취했었다. 학급에서 소위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있다면 나는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찾기 위해 애썼고, 원인을 설명하고, 원인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아이의 문제 역시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의사가 환자의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이,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정확히 알아야 효과적으로 개입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아이가 언제, 누구와,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문제를 일으키는지 자세히 살피면서, 어떻게 문제 상황이 발생하는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고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이런 정보를 토대로 문제행동에 대한 이유를 진단했다. 또 그 원인이 사라지는 것이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 여기며, 불가능한 일이 아닌 경우 그 원인을 없애거나 감소시키기 위해 설명하고, 설득하고, 가르치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나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교사, 부모가 그랬고 지금도 그러할지 모른다. 이와 같은 문제 중심 접근 방식은 우리에게 깊숙하게 배어있다. 이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통적인 문제 중심 접근 방식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에서든 문제를 먼저 보도록 훈련시켰다. 문제를 먼저 확인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인을 찾고 분석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린 문제에 관한 전문가가 되었고, 어떠한 교육방식, 양육방식, 학교 및 가정환경에서, 어떤 모습의 교사와 부모가, 문제 아이 혹은 문제아를 만들어내는지 잘 알게 되었다. 아이를 가르치고 변화시키겠다는 의도로 그 아이의 단점이나 잘못된 점을 세세하게 나열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지, 그런 행동을 하면 어떤 나쁜 결과가 있는지, 반복적으로 말해 왔다.
근래 학교 현장에서 상담 컨설테이션에 참여한 초등교사들을 보면 주로‘학급에서 다루기 힘든 아동을 어떻게 할지’‘학부모와 상담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주제를 다루기 원한다. 과거에 비해 학부모와의 상담, 협력적인 관계 유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초등학교의 경우 매 학기마다 1회씩 학부모 상담이 실시된다. 이때 교사는 학급 전체 아동의 부모들을 개별적으로 만난다. 그런데 상담 컨설테이션에서 만난 교사들을 보면 학부모와의 상담을 위해 사전 준비를 하고 성의 있는 태도로 상담을 끝냈으면서도, 그 상담이 효과적이었다고 자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부모와의 상담에서 어떤 내용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그런 경우 나는 강점을 기반으로 한 해결중심 접근을 권유한다.
해결중심 접근은 학급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이다. 아동과 학부모를 포함하여 자신의 가족, 동료 등 교사가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에 두루 적용 가능하다. 상담 영역에서 해결중심 접근은‘문제를 가진 내담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신념을 토대로 접근한다. 상담자는 상담과정을 통해 내담자가 자신의 강점과 자원을 인식하도록 조력하여 내담자 스스로가 원하는 목표를 발견하고 성취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1987년 Insoo Kim Berg와 Steve de Shazer에 의해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해결중심 접근은 현재 다양한 상담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교육, 사례관리, 슈퍼비전 등 다양한 실천 현장에서 활용된다. 학교 배경으로도 해결중심 접근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한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의 지원방식과 결합되어 집단프로그램의 형태로 지원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전형적인 가족상담 형태의 지원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내가 시도했던 방식은 학교 부적응 아동을 돕기 위한 방식으로 아동의 가족을 지원하는 해결중심 가족상담을 실시하는 것이었다. 학교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학교의 다양한 교사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면서 진행되었고 상담과정은 아동에게 적합한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는 심리운동을 활용했었다.
해결중심 교사, 해결 지향 교사는 학생의 문제에 개입할 경우, 교사의 판단 기준보다는 학생을 자기 자신에 대한 전문가로서 존중하고, 그의 말을 경청한다. 교사는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태도(not knowing posture)로 아이들의 경험과 지식, 생각과 말을 들으면서 해결책을 찾는 학습자가 되어야 한다고 가정한다. 해결중심 교사가 지녀야 할 교육관 및 학생관은 해결중심 접근의 기본 철학과 인간관을 따른다.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필요한 바를 제안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학생 또한 자신의 삶의 여정과 경험을 통해 획득한 고유한 지식이 있다는 점을 존중하는 선에서 이루어진다.
교사에게 지워진 운명은 학생들을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앞에 선 어른으로서 삶의 모델이 되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장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점 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주문이 아니라, 적어도 스스로 묻고 답을 찾으며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지려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런 요구는 오늘날 같은 환경에선 무리이자 일방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또한 달리 해석되는 법, ‘매일 학생들에게서 벌어지는 골치 아픈 일’은 ‘교사로서 성장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SHIFT 키’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해석이 가능해지는 날이 온다면, 교사로서 그대가 서 있는 곳이 비록 어제와 같을지라도, 그대는 이미 어제의 선생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