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는 순간'

당신이 흔들릴 때 SHIFT하라

by 알버트


해결중심 접근은 교사로 하여금 단점보다는 장점,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 문제보다는‘문제 아닌 점’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많은 수의 학생, 눈코 뜰 새 없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 속에서 교사가 아이에 대해 이런 마음을 갖기란 쉽지 않다. ‘한 아이에게만 그런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없다’는 교사들의 말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학생들 그리고 그들과 관련된 사건과 상황, 세상을 바라보는 교사의 눈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나는 교사들이‘문제가 되지 않는 점’, 그 아이에게 있어서 ‘건강한 면’, 즉 ‘강점’에 초점을 맞추면, 문제에 집중할 때보다 문제 해결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내 말이 의심스러워 나를 한 방 먹이겠다는 기분으로 한 번 시도해 보면 좋겠다. 그리고 한 번이라도 성공하면 정말 신나겠다. 그러나 한 번 실패해도 거듭 시도하면 좋겠고, 의심하면서 그 의심을 확인하기 위해 날마다 시작하고, 그러다 가끔 성공한 하루가 누적되면서 어제보다 조금 더 편안한 선생님으로 살아가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이 방법이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나 동료, 주변인들과 신뢰관계를 만들 수 있고, 그럼으로써 문제행동이나 갈등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더없이 기쁠 것 같다.


그런데 ‘문제가 되지 않는 점’‘문제가 되지 않는 때’란 어떤 때일까? 이 시간은 그렇게 대단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시간은 그저 어떤 개인이 평범하게, 문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내는 시간을 일컫는다. 이 말은, 가령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어서 그 아이의 행동을 개선해야 할 경우, 이를 위해 먼저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순간을 찾는다면, 거기에 나름의 해결책이 있다는 뜻이다. 또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볼 때 어떤 경우에 잘 지내는지를 살피라는 의미다. 만약 아이의 행동문제 개선이 필요하다면 그 아이가 비슷한 상황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때를 먼저 찾는 것이다, 꼼꼼하게. 아이에게‘문제 아닌 상황’이 있었다는 말은, 그 아이는 이미 문제를 일으킬 상황에서도 문제적 행동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문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고 관계하는지, 같은 상황인데도 어떤 요인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지 그 차이를 알아보라는 말이다.


교사들에게‘문제가 되지 않는 점’을 아이의‘강점이자 장점’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자원’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을 하면, 상당수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문제가 있으면 원인이 있을 텐데, 다른 것이 좋아지더라도 그 문제의 원인은 그대로 있지 않느냐, 그럼 다시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고 한다. 교사 연수를 할 때면 자주 받는 질문이다. ‘학급을 문제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선생님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아이를 두고 좋은 점을 보라니, 학교 물정 모르는, 속 편한, 이론으로나 존재할 소리’를 한다며 코웃음을 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다음의 글을 보자.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종일 올 것이라고 해도 자세히 보면 중간중간 비가 그칠 때가 있습니다. 병에 걸려 아프더라도 자세히 보면 그렇게 아프지 않은 순간들도 있어요. 하지만‘병에 걸렸다’, 혹은 ‘온종일 비’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으면, 비가 계속 오거나 혹은 아픔이 항상 있는 것처럼 잘못 느껴져요.”


혜민 스님이라는 분의 글이다. 컨설테이션에서 이 것을 보여주면 교사들은‘아~’라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자신이 고민하는 학생 사례에서 ‘비가 오지 않는 순간’이나 ‘잠시라도 비가 그친 때’가 언제인지 찾아내라는 요구를 하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쉽게 찾는다. 다음 회기에 과제를 마지못해 해결하고 온 경우에도 교사들은 이런 경우를 찾아서 돌아온다. 만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교사들은 문제보다‘문제 아닌 것’을 보는 눈에 익숙해지고, 학생들, 그들의 행동, 사건을 이전과 다르게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인지 컨설테이션이 진행됨에 따라, 학급의 문제 발생률이 감소할 뿐 아니라 문제가 생겼더라도 해결 과정이 과거에 비해 덜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교사들에게서 그런 말을 들을 때보다 기쁜 때는 없다.


시간에 쫓기는 교사 연수에서는 이런 반응을 끌어내기는 사실 쉽지 않다. 일방적 강의 전달 연수의 한계이기도 하다. 열에 아홉은 “아이가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다른 것을 본다고 문제가 없어지느냐”“그럼 좋겠지만 아이 숫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게 가능하다고 보느냐”“한 두 번은 어찌한다 해도 어떻게 계속 그 아이를 끊임없이 인내하며 그렇게 대할 수 있겠느냐”라는 식의 불평 섞인 질문을 던진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학생 한 명 붙들고 그렇게 반응하기엔 자신들은 역부족’이라 말한다. ‘어떻게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다 받아줄 수 있으며, 학급의 모든 아이들을 그런 방식으로 보라고 요구하다니’, 하며 어이없어한다. 나도 학교에 오래 있었으므로 그 말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다. 동료들이나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도 이와 비슷한 반응을 하는 이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그다지 놀랍지 않다. 그러나 선생님으로 사는 동안 수 없이 경험했고, 그로 인해 작은 변화가 탄생하는 순간을 기억하기 때문에 나는 확신에 차서 선생님들에게 권유한다. 생각만으로 불가능을 점치기보단 한 발 내디뎌 보기를, 내 말에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시도해 보시기를.


물론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라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두 번 시도하다 보면 문제 아닌 면을 먼저 찾는 눈이 훈련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문제의 발생률은 적어지며, 아이들은 밝아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교사 자신이 아이들의 좋은 점을 언급하게 되므로 긍정적인 정서를 경험할 것이며, 그런 무드로 직장생활을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교사 본인부터 밝아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긍정적인 감정 상태에 있게 됨에 따라 문제보다는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가 더욱 쉬워진다. 이런 선순환이 작동되면 교사의 눈에는 이제 과거와 같은 광경도 다르게 해석되기 시작한다. 분명 ‘서로 싸움을 한 두 아이’가 씩씩대며 내 앞에 와도 예전과 다른 광경으로 목격된다.‘싸우다가도 멈춘 아이들’‘더 심하게 싸우지 않도록 멈춘’‘통제력 있는’‘조절력 있는’ 아이들로 보인다. ‘싸우는 것보단 멈추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판단할 줄 아는’‘현실적인’ 아이들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그리고 ‘친구들의 조언을 듣는’‘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는’ ‘어른에게 예의 바르게 존댓말을 쓸 줄 아는’ 그런 아이 두 명이 씩씩거리며 서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학생의 행동에서 문제보다 문제 아닌 점이 보이기 시작하면 선생님으로서는 엄청난 무기 하나를 얻은 것이다.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와 같은 방법은 경증의 아스퍼거 장애가 있던 아이에게도 충분히 통했던 방법이었다. 더 멋진 것은, 한 번 이런 해석이 가능해지면, 다음 해 학생들에게도 이 방식을 적용하면 되고, 그러다 보면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다양하고 풍부한 자신만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한 번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만 결국은 교사로 재직하는 남은 나날들에 궁극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치트기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포인트가 신의 선물처럼 느껴지는데, 이 책을 읽는 그대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간혹, 우리들이 좋은 것을 보는 눈에 얼마나 인색한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문제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민감하고 예민하게 들추어내면서,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둔감한 것. 이런 태도는 우리가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학생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영향을 끼친다. 나는 누구라도 문제에 집중하는 대신 문제 아닌 요소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눈을 발달시키면 좋겠다. 특히 선생님이라면 더욱 그랬으면 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래야 내 삶이, 나의 가족이, 내가 맺은 다양한 관계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쉽게 나아갈 수 있다. 학생들에게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 학생에게 기질적이든 환경적이든 이미 취약한 부분이다. 그러니 아이의 보다 건강한 면을 찾아 그곳을 극대화시키고 활성화시키라. 장점과 강점이 확장될수록 아이의 취약한 문제점은 활성화된 강점에 묻히고 잊혀 간다. 확장된 강점과 장점이 아이의 문제 영역을 점차 침범해 들어가 단면적이 좁아지고 결국 서서히 덮일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면 흥분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