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상담하는 날

학생 그 너머

by 알버트

초등학교에는 일 년에 두 번 상담주간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담임교사는 매 학기마다 아이의 부모와 만나 상담을 한다. 대면할 수 없다면 전화를 통해서라도 상담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이 상담 시간이 교사들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전문 상담가라 하더라도 초면인 내담자와의 상담을 하루에 몇 차례 진행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약 20분 동안 교사와 학부모는 첫 대면을 통해 관계를 맺고, 아이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신뢰까지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해진 상담주간, 많은 수의 학부모, 수업이 끝난 후 실시되는 것 같은 현실적인 여건 상 긴 상담시간의 확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학부모와 상담에서 교사는 아이에 관한 주요 정보를 나누어야 한다. 학급에서 관찰되거나 가정에서의 아동 행동을 나누는 것은 다소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할 테지만 필요한 일이다. 아이의 성장을 돕기 위해 부모와 협력하자는 것이 학부모 상담을 의무적으로 가지는 중요한 목적이라고 보았을 때, 짧은 이 시간은 허투루 쓰여서는 곤란하다. 교사들 중에는 이 시간을 아끼고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다지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아이가 누구와 어떻게 다투고’ ‘교실에서 어떤 문제행동을 하는지’ ‘고칠 점은 무엇이며’ ‘학습에서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같은 문제와 부족한 점을 부모에게 말하는데 많은 시간을 쓰는 식으로 말이다.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학부모와 만난 터라 교사로서는 학급에서 관찰되는 아이의 행동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류의 대화가 아이들의 생활을 돕는 데는 결국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내가 만약 학부모라면, 그런 담임교사의 브리핑을 듣고 앉아있다면, ‘내 아이가, 좋은 점은 놓치고 단점을 찾아 부각하는 선생님과 일 년을 보내게 되겠구나’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선생님을 보면서, 과연 그 교사가 내 아이를 위하는 사람일지 의심이 들고, 신뢰보다는 경계심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학부모와의 상담 시간에는 아이에 관해 교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사항, 하루의 일상, 특히 가정에서 잘하는 행동 등을 부모를 통해 알아두는 것이 좋다. 아이의 문제를 부모에게 설명하느라 상담시간을 허비하는 것 대신, 아이를 관찰한 바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부분, 가정과 학교에서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 학교에서 시도했더니 효과가 좋았던 점 등을 주제로 부모와의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알아야 한다.


만약 학생의 문제행동을 다루어야 하는 경우라면 주어진 20여분의 상담 시간 동안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와 부모는 아동에 관해 최대한 정보를 나누며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할 경우 이런 일은 의미 없는 노력이 될 수 있으므로, 상담 시간은 무엇보다‘좋은 관계의 시작’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이렇게 학생의 행동이 문제가 된다면, 상담 기간에는 부모와 교사가 신뢰를 형성하고, 이후 협력하며 해결책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자녀의 행동 문제로 학교에 온 부모라도 교사 앞에서 죄인 마냥 이야기를 듣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일 뿐 아니라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만약 부모에게 이런 일이 수차례 반복된다면 학부모는 자녀의 잘잘못을 떠나 담임교사에게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렵다. 그리고 담임교사는 아이의 잘못만 잘 찾는 사람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학부모와 만날 때는, 가능한 한 학교와 가정에서 찾은 아이의 좋은 점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든 후 구축한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학생이 변화할 점에 대해선 부모와 소통하며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학부모와 상담하면서, 그 부모가 혹시라도 자녀의 단점을 먼저 보는 부정적인 시각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 경우가 있을 것이다. 경험으로 보면 학부모의 상당수가 문제 중심적으로 자녀를 보곤 했다. 그럴 경우 교사는 될 수 있는 대로 학급에서 발견한 아이의 강점을 언급하면서 부모의 시각을 환기시키면 좋겠다. 많은 부모들은 가정에서의 자녀 행동을 말할 때 문제점이나 고쳐야 할 점을 먼저 언급하는데, 이는 우리가 성장했던 사회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며, 흔치 않은 경우이긴 하지만 겸손이나 예의를 차리느라 그럴 수는 있다. 문제 중심적으로 세상을 보는 학부모라면, 가정에서 가족이나 아이, 학교에서 교사 그 누구를 보든, 어떤 일을 보든, 그 눈에는 마땅히 고쳐야 할 문제가 더 많이, 더 크게 보이고, 같은 일이라도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 부모가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어야 아이에게서 좋은 점이 보인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학부모와의 상담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성품과 성격의 학부모와 만나는 일은 학부모 상담을 형식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개방적이지 않고, 융통성이 없으며, 준비되지 않은 교사의 태도는 상담 시간이 의미 있게 진행되는 것을 방해한다. 마찬가지로 상담 기술이 숙련되지 않은 교사들의 태도 또한 소중한 그 시간이 효과를 발휘하도록 만들기 어렵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경우는 교사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라고 생각된다. 그런 교사는 학생의 좋은 점을 보거나 읽기 어렵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부모에게 해당 아동의 문제를 열거할 것이다. 이런 태도가 어떤 관계든 부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쉽다. 학부모와의 상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학부모는 사실을 듣는다 하더라도 교사에 대한 감사보다는 불만이 싹트기 쉽고, 불편한 감정이 쌓이도록 한다. 운이 따르지 않으면 상담이 끝난 뒤 문제가 생기거나 구설수에 휘말릴 여지도 있다. 자녀의 문제를 한가득 듣고 돌아간 부모의 심정과 감정, 추락한 자존심 등 불편한 마음을 유추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아이의 문제행동은 대부분 이전 학년까지의 경험으로 학부모가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사실을 확인해 주는데 시간을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가정과 학교에서 어떤 방식의 협력이, 어떤 말과 태도가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그에 대한 대화로 상담이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부모이다. 그런 그들에게 아이의 문제를 낱낱이 고하기보다는 잘하는 점을 사실에 근거해 알려주고, 일상에서 그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하도록 부모가 도울 수 있는지 자세하게 다루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런 일을 반복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아이의 문제를 줄이며, 학부모 상담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