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자란 곳

학생 그 너머

by 알버트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있어 가정환경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가 없다. 아동의 타고난 기질은 성장하는 동안 환경의 영향을 받아 강화되거나 약화되기도 한다. 가정환경 특히 부모의 양육행동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아동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과 관련한 연구 결과들은 부모의 양육태도, 가족의 의사소통 방식, 가족관계 등 가족환경과의 관련성을 보고하고 있다. 부모의 양육태도는 학교폭력 가해 행동 배경 요인 중 하나이자 비행 및 공격성과 관계가 있으며,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의사소통 방식은 학교 부적응 및 자살 생각과 연관되어 있고, 가족관계는 청소년의 내재화 및 외현화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가족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속하게 되는 체계이며, 구성원들은 가족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문제행동의 발생이나 해결, 다양한 사회영역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가족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성장, 발달하는 과정에서 겪는 부적응의 문제를 해결할 때는 개인적 지원과 아울러 가족에 대한 지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범죄학자 케빈 M. 비버 교수팀은 청소년들의 DNA 자료 분석을 통해 비행 집단에 가담한 청소년들에게서 공통으로 존재하는 유전적 변이를 찾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남자 중고교생 1천816명의 DNA 자료와 동료집단, 가족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도파민 수송체 유전자(DAT1)의 특정 변이 여부가 비행 집단 가담 여부와 통계적으로 큰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DAT1 유전자의 특정 변이를 가진 청소년이 만약 어머니가 없거나 어머니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정에서 자랄 경우 이 변이가 없는 청소년에 비해서 비행 집단에 가담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는 사실은 DAT1 유전자 변이를 가진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어머니 사랑을 많이 받는 가정환경에서 성장할 경우에는 이 유전자 변이와 비행 집단 가담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즉, 이 유전자를 가진 청소년이라 해서 비행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가정환경에 의해 실제 비행 여부의 차이가 난다는 것으로, DAT1 유전자를 가진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가정환경이 비행에 가담하도록 하거나 억제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 자료를 처음 읽었을 때 쿵쾅거리던 심장과 떨리던 가슴을 기억한다. 같은 출생 조건이라 하더라도 성장환경이 얼마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어찌나 안심되고 희망적이든지.


이 연구에서는 어머니의 보살핌과 사랑이라는 변수를 들었다. 그러나 이를 단순하게 어머니에 국한시켜 이해하기보다는 부모 또는 양육행동의 결과 조성되는 가정의 분위기, 가정이 만들어내는 유형무형의 환경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으로 대하고 관심을 기울이되, 간섭하거나 사생활을 마구잡이로 침범함 없이 고유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독립성을 인정하며, 또 서로 개방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성장환경, 멀리서 지켜보며 부모로서 안정감을 주지만 결코 방치하지 않고 안전하게 돌보고 보살피는 환경 말이다. 연구진이 내린 결과에서도 같은 해석을 유추할 수 있다. 연구결과 가정환경에 따라 나타나는 이런 차이에 대해 비버 교수는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가정에서의 지원 부족 등이 DAT1 변이 유전자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DAT1 변이 자체가 비행 집단에 끌리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화목한 가정의 부모가 이런 유전적 성향을 잘 통제하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풀이했다. 덧붙여 이 연구결과에 대해 비버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사회 환경과 가정환경이, 타고난 유전적 영향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고 완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경험적인 증거라고 밝히며, 유전체뿐 아니라 성장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고 말한다.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학부모와 접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의 행동과 태도 그 너머 존재하는 부모라는 그림자를 마주한다. 아이의 성장환경 특히 그에게 드리운 부모의 모습은 아이의 외적 행동과 표정에 담기고 마음에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에게 깃든 부모의 영향을 이해하기엔 어리다. 그렇지만 교사는 달라야 한다. 적어도 아이의 성장환경과 아이에게 끼치는 부모의 영향을 중요하게 인식할 뿐 아니라 이를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대체로 교사들은 아이들을 일상적으로 대하면서 아이에게 미치는 가정환경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뒤에 있는 학부모를 보면서 그 아이가 어떤 부모 아래에서 성장하는지 어느 정도 가늠할 것이다. 그러나 교사에게 필요한 일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아이의 그림자로서 가정환경과 부모를 중요하게 여김과 동시에, 이 중요한 그림자가 나의 학생에게 끼치는 절대적인 영향을 적극, 그러나 긍정적으로 활용해 나의 아이를 돕도록 해야 한다. 단지 학생의 문제행동에 대한 원인제공자로서 가정과 부모를 지목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나의 학생을 위해, 아이의 환경이 건강한 자원으로 기능하고 좋은 영향을 발휘하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들은 모두 다르고 그들에게 드리운 부모의 모습 또한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교사들은 안다. 비록 부모들은 새로운 학년이 될 때마다 ‘담임 선생님에 따라 내 아이가 달라진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아이가 태어나 영유아기를 거치며 학교에 오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부모가 끼치는 절대적인 영향은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다는 것을 교사는 알고 있다. 부모에게 “현재 자녀의 모습을 만든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라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교사는 해마다 만나는 수십 명의 아이들과 그 부모를 보아왔으므로, 아이와 부모가 뗄 수 없을 만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부모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하여 학급에서 보이는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부모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이는 교사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태도인데, 만약 무의식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교사가 있다면 언제부턴가 학생 또는 학부모와 관련해 곤경에 처하는 등, 그와 관련한 대가를 치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학생의 문제 행동은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양육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니 교사인 자신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보는 교사가 있다면, 그는 안일하고 수동적이며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교사로 비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학생의 성장환경이 중요하고 아이에게 스민 부모의 그림자가 아무리 짙다고 하더라도, 자기 앞에 앉은 학생을 보며 그 부모만을 탓할 수는 없다. 설사 교사 혹은 학교를 향해 취하는 학부모의 태도가 협조적이지 않고, 교사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행동을 하더라도, 학부모와 대치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대신,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부모, 그런 부모를 둔 학생을 안타깝게 여기고 힘겹지만 일 년을 돌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는 학부모의 행동과 내 학급의 아이를 철저하게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무례하고 안하무인격인 학부모 앞에서 성인군자처럼 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건 교사는 내 반 아이가 그 가운데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고, 모든 노력은 결국 내 학급의 아이를 위한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학생에게 미치는 가정환경, 부모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교사는 아이 뒤에 숨은 부모의 그림자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아이에게 꼭 필요하고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을 찾아 주의 깊게 다룰 것이다. 아무도 교사를 향해 ‘당신은 그러해야 한다’고 소리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학생에게 필요하고 요구되는 일은 스스로 취하는 것이 교사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교사들은 그런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