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그 너머
우리는 이제 '강점', '자원'이라는 말을 들을 때, 더 이상 '특별히 잘하는 무언가'라는 의미로 해석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해결 지향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시선을 '학생의 문제와 약점, 결핍'에 맞추기보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 '성취할 수 있는 것', '무리 없이 이미 하고 있는 행동이나 태도', '문제 되지 않는 것'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아이에 대한 강점 목록이란, 교사의 눈에 비친 아이에 관한 이와 같은 모든 것들의 기록이라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학급에서 문제보다는 강점에 초점을 맞추고 해결중심적으로 접근하기를 실천하거나 실험해 본 교사라면, 학생을 보면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찾기만 할 뿐인데도 아이의 행동이나 태도가 과거에 비해 부드럽고 밝아졌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자신을 불편하게 하며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하던 학생들의 수가 감소했다는 것을 알 것이며, 학생들과의 시간이 더 이상 꾸중하고, 타이르고, 가르치며, 화해시키던 악순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학생들의 행동 문제를 지적하고, 그 문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날에 비해, 그저 문제 아닌 때에 반응할 뿐인데, 학생들은 예전보다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교사가 아이를 보는 눈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교사를 따라 변한다. 학생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때는 무심히 넘어가면서 문제를 일으킬 때만 즉각 반응하던 것을 반대로만 했을 뿐임에도, 아이들은 밝고, 활기 넘치며, 잘 웃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 과거보다 북적북적하고 시끄러워지는 분위기는 만들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서로 싸우고 고자질하는 일은 줄고, 양보하고 서로 배려하며, 수업에 집중하는 아이들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교사뿐 아니라 학부모가 자녀를 보는 시각이 바뀌면 아이는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지 않은가? 진짜 그 아이는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할까? 제 안에 접힌 붉은 꽃잎을 피우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돕는다면 그 아이의 삶은 어떻게 될까? 하나의 예를 들어보겠다. 여기, 정기적으로 아이의 상황을 학부모에게 전하는 교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교사는 아이가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가 아니라 평상시에 학부모와 연락을 취한다. 평소에 대화가 어렵다면 한 학기에 한 번씩 있는 ‘학부모 상담주간’을 활용하면 된다. 많은 경우 교사들은 심각한 일이 발생할 때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이 선생님은 그렇지 않다. 이 분은 학생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평소 아이에게서 발견되는 강점 위주로 리스트를 정리한 뒤 이 목록을 가지고 부모와 대화한다. 교사가 관찰한 아이의 강점은 주로‘문제를 만들지 않을 때’, ‘아이의 좋은 점’, ‘문제가 되지 않는 점’, 그리고 앞에서 비유했던 ‘비가 오다가 개는 때’‘비가 오지 않는 순간’에 해당하는 것이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이 선생님처럼 부모와 연락하면서 아이의 강점 위주로 대화하면, 교사와 학부모 사이는 긴장이 고조되기 쉬운 관계임에도‘강점 목록’ 덕분에 감사와 희망적인 메시지, 상호 신뢰가 싹튼다. 더러는 사건이 발생하고 사태가 악화되어 서로 냉담해지는 상황이 되더라도, 문제가 불거진 후에 부모에게 통보하듯 연락할 때보다는 부드러운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와의 교류과정에서 아이의 자존감, 중독 문제, 폭력성, 감정조절 능력, 학습습관, 무기력감 등 교사로서 짚어봐야 할 요인들에 대해 알 수 있고, 혹시라도 문제가 있다면 학부모와 상의해 해결 방법을 찾기도 쉽다.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한 곳에서 시작된 파문은 조금씩 조직의 전체로 퍼져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매개로 부모와 상담을 하면, 아이의 가족이 작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향해 나아가도록 촉진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이것이 쉽지는 않다. 이는 전문가의 영역에 속한 것이다. 그러나 내 학생이 성장하고 발달하면서 가족 안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며, 내 학급의 안위를 위해서도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은 필요하다. 교사가 학부모와 신뢰롭고 좋은 관계를 맺는다고 해도 전문가처럼 아이의 가족을 변화시키거나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교실에서 교사가 관찰한 아이의 좋은 점을 부모에게 전달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학부모의 시선이 교사처럼 아이의 단점보다 좋은 점에 먼저 집중하도록 도울 수는 있다. 결국, 이 교사처럼, 강점 리스트를 토대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시간에 학부모와 대화함으로써 학생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런 방식은 학부모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친절과 감사의 바탕 위에서 필요한 협력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해준다.
문제보다 문제 아닌 점을 보는 것, 다수의 학생들에게 교사가 할 수 있다면 학부모도 할 수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과 같이 학부모에게도 효과적인 양육방식을 알려줄 수 있다. 교사와 부모는 일 년 동안 맺은 동지관계라는 점을 짚어볼 때 좋은 것을 나누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학생을 바라보고, 세상을 보는 교사의 시각이 바뀐 것처럼, 부모의 관점 또한 바뀔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강점과 자원을 발견하고, 잘못하는 것보다 문제 되지 않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그리고, 같은 상황이라도 아이에게 문제가 일어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에 집중하듯, 학부모도 그 차이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면, 전문가의 개입 없이도 교사와 학부모는 아이에게 훌륭한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도 문제보다 문제 아닌 것에 집중하도록 안내하고 훈련시킬 수 있다. 물론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도 않다. 예를 들어, 문제 상황에서 학생과 대면할지라도 아이의 강점 목록을 이용할 수 있고, 아이로 하여금 문제가 되지 않았던 상황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문제없이 지나는 때가 있고,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으며, 문제화시키지 않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예전 같지 않은 학교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교사는 여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사람들이다.
얼마 있지 않아 화장실 창밖으로는 올 해의 벚꽃이 피어날 것이다. 그 꽃등불 같던 꽃이 속절없이 진 자리에는 초록 잎이 드문드문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바람 부는 어느 날 하얀 꽃잎들은 눈송이처럼 바람을 따라 길을 나설 것이다. 그렇게 봄 하나가 내 곁에 왔다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