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그 너머
그렇다면 교사와 학부모 관계의 시작은 어떠해야 할까? 어떻게 시작해야 일 년이란 기간 동안 아이를 위해 팀으로 협력할 수 있고, 상호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까? 교사가 학부모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지만 학부모에 대해 순수한 존경의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시작일 수 있다.
존경은 타인의 인격이나 사상, 행위 등을 받들어 공경한다는 의미이지만, 교사가 부모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존경은 다르다. 내 앞에 앉은 학생을 낳고 길렀으며, 그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의지하고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예의를 갖춘다. 그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내 반 아이가 있고, 그 아이를 사랑해 주고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고마운 사람이기 때문에 존경한다. 아이를 통해 교사와 학부모는 한시적으로 묶인 운명공동체로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교사는 아이의 성장과 발달, 그리고 아이와 교사 자신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학부모와 호의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물론 좋은 관계라 하여 밀착된 관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내 학급 아이를 위해, 아이에게 중요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 사람을 존경과 예의로 대한다. 그런 태도가 교사로서 품위와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학생 문제로 학부모에게 연락해야 할 때 교사가 보이는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선생님 선에서 해결 가능하지 않은, 소위 사건이라 불리는 문제가 생겼다면 무거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 데, 이때 교사와 학부모는 불편한 상황에서 첫 대면을 하는 수가 생긴다. 아이에게 어떤 문제 상황이 발생한 경우이므로 부모의 입장에서는 학교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반갑고 설레기보다 두렵고 불안하다. 긴장한 채로 사건의 전말을 듣는 부모의 심정은 복잡할 것이며, 휴대폰 화면에 뜬 선생님의 이름을 볼 때부터 어쩌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무서웠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면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 아이를 잘 못 기르고 가르친 것 같은 마음, 이로 인해 내 아이가 다른 사람들 눈에 좋게 비치지 않을 일까지 염려하는 마음으로 불안할 것이다. 만약 피해를 당한 입장이라면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고 내 아이가 처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휘몰아치는 감정의 동요 속에서 어쩔 줄을 모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아주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아이와 관련한 문제로 가정에 연락을 취할 때는 조심스럽게 행동을 취하는 것이 좋다. 나의 말과 표정, 행동과 태도에는 내 마음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마음 없는 가식적인 표정이나 형식적인 응대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학부모와 대화해야 한다.
문제를 전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형평성을 잃은 듯한 말, 일방적으로 자녀의 잘못으로 몰고 가는 듯한 분위기, 아이와 관련한 문제를 마치 일 하나를 처리하는 듯한 교사의 태도는 학부모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편견이 묻어나거나, 은연중에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양육방식을 탓하는 표현, 마치 부모를 가르치려는 듯한 교사의 모습도 학부모의 자존심을 추락시킬 수 있다. 교사에게, 그리고 당면한 문제 해결에 이로울 것이 없으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들기에 그보다 더 좋은 태도는 없을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교사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학부모는 교사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기편이 아니라 상대편이라 여기고 적대감을 가질 수도 있다. 또, 교사에게서 자녀가 한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을 경우에 학부모는 교사를 호의적으로 대하기 어렵다. 방어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더 이상 교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교사가 학부모를 존경과 예의로 대하면 학부모 역시 교사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예의를 갖춰서 대한다. 그리고 학부모는 자신을 대하는 교사의 태도를 보면서 교사가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지 가늠한다. 교사가 학부모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평가할 수 있듯 부모도 교사에 대해 그 성품과 태도, 사람 됨됨이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아이 문제로 부모와 연락을 취할 때는 교사로서 자신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그런 태도가 교사를 보호한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지라도 교사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보이고, 학부모를 존중하며, 치우침 없이 공정한 태도를 보인다면 학부모도 학부모로서 져야 할 책임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괜한 감정싸움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이 생기기 않는다. 자녀를 포함해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차별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하며, 발생한 일을 해결하고 아이를 보호하겠다는 교사의 모습을 볼 때, 학부모는 교사와 한 방향을 보며 걷는다. 서로 협력하며,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지 않고, 보이지 않는 우군이 된다.
학교를 말하고 있지만 학교에서 있었던 그 많은 일들이 가끔은 꿈속에서 겪은 일처럼 느껴진다. 분명 지나온 일이지만 정말 내가 그 시간을 건넜는지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이런 기분을 만들어내는가 보다. 첨벙첨벙 물소리에 마당을 보니 웅덩이에서 깃털을 다듬는 물까마귀가 분주하고, 푸른 물을 품고 있을 나무들 사이로 기분 좋은 바람이 달려간다. 가만히 들어보면 몸단장하느라 바쁜 녀석의 푸드덕거리는 소리 저편으로 그 옛날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의 함성처럼 공놀이 하는 아이들의 고함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