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OME NIGHTS

루앙프라방을 향해

안녕, 라오스

by 알버트




아침, 창에 쳐진 시스루 커튼 사이로 나뭇잎들의 실루엣이 보이자 일어났다. 어젯밤에 느껴졌던 그 고약한 지저분함을 생각하면 진저리가 나지만, 언제나 푸르른 나무가 주는 조건 없는 기쁨이 있으니, 이런 순간에 필요한 것이었다.











문을 열고 나왔다. 눈부신 햇빛과 반짝이는 푸르른 나무들과 어젯밤 키 큰 누군가가 즐기던 수영장이 거기 있다. 낮과 밤이 주는 인상이 이토록 다르니 다음부턴 그렇게 큰 실망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첫날, 혼자 도착한 라오에서 겪었던 긴장이 햇살 속에서 녹기 시작했다. 한국보다 심한 어둠, 잡히지 않는 와이파이, 무제한으로 신청하고 왔지만 아무 소용없는 데이터, 내 이름을 찾지 못해 한 참을 걸렸던 예약 명부에서 당황스러움은 잊었다. 팔에 문신이 그득한 서양인들, 그리고 내 기준으론 지저분하고 세련되지 않은 듯한 숙소, 거기다 느린 인터넷 덕분에 예약 못한 숙소에 대한 걱정까지....... 온통 어둠 속에서 더 증폭되었던 불안감이 눈부신 햇살과 창 밖 그득한 초록색 나뭇잎에 밀려 사라져갔다. 나는 간단하게 씻고 짐을 챙겨 끼니를 해결하고 공항으로 가면 되므로, 힘든 시간은 지났다 생각했다.


식당에 가 보니, 생각보다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많다. 나 혼자 방 하나를 쓰면서 너무 까다롭게 굴면 안 되겠다는 반성도 한다. 먹을 게 없으면 과일을 먹으면 되고, 어딜 가나 시리얼은 제공되니 참 쉽고 간단한 입맛이다. 한국 음식 하나도 챙겨 나서지 않아도 일주일은 괜찮을 것이다.













공항에서 보낸 넉넉한 시간에 숙소를 예약하려던 꿈이 허망하게 날아갔다. 공항 부대시설은 놀라웠다. 나로선 그랬다. 공항 화장실을 예로 들면, 비엔티엔은 라오스의 수도임에도 우리나라 시골장터의 공동화장실 정도의 수준이라고 상상하면 적당할까? 요즘은 우리나라 시골 장터도 그보다는 더 깨끗할지 모른다. 그러니 와이파이가 제공될 리 없고, 일명 원패스라고 종일 데이터만 무제한으로 쓰는 요금제를 신청해두고 왔지만, 어찌 된 일인지 비엔티엔 에선 3G조차 잡히지 않는다. 통신사와 전화통화를 한 뒤 겨우 현지 통신사 하나를 더 찾아내어 연결시켜두었지만, 별로 소용없는 일이었다.


결국 숙소 예약을 못한 채 루앙 프라방에 도착했고, 비엔티엔에 비해 사정이 훨씬 나은 여기에서도 모든 승객들이 떠나고 혼자 남아 오랫동안 시도했어도 숙소는 결국 예약할 수가 없었다. 와이파이든 3G든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니 무작정 가서 아무 곳이나 들어갈 방법밖에 없었다. 본격적인 여행이 이러려니 해본다.











루앙프라방 공항에서 호텔들 브로셔를 몇 개 챙기고, 택시 기사 한 테 여행자 거리로 가자고 했다. 알아들었는지 모르지만 신나게 달렸고, 조마 베이커리 앞에 나를 내려두고 갔다. 한 낮, 뜨거워 죽을 것 같은 날씨였다. 어제 호스텔이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했으니 어떻게든 어제보다는 깨끗한 곳에 묵고 싶다.


가방을 끌고 배낭을 메고 조마 베이커리 골목에서 메콩 강 쪽으로 난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게스트하우스가 즐비하다. 방이 있다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목례를 하고 한 길로 나와, 눈에 띄는 호텔로 들어섰다. 인디고 호텔이었다. 마음에 들었고 내 취향이다. 얼마가 되든 오늘 묵을 곳은 여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