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라오스
공포스러운 계단을 무려 4층이나 걸어올라와 방에 짐을 던져놓았다. 무서운 계단, 가운데가 뻥 뚫린 계단이 중앙에 있다. 사람들은 왜 이런 계단을 만드는 것일까? 씻는 것도 잊고 에어컨만 틀어둔 뒤 와이파이를 찾아 나머지 일정에 맞추어 호텔들을 예약했다. 호텔 4개 예약하는 데 4시간, 대단한 와이파이 속도. 한국에서 숙소 예약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해 본다. 호텔은 하루밖에 묶을 수가 없다. 방이 없다.
속이 뒤집어질 것 같다. 어제부터 아팠던 몸, 약으로 버티는 중, 다시 아파온다. 점심도 걸렀더니 속은 울렁거리다 못해 뒤집어질 것 같다. 뭐라도 먹고 약을 먹어야 할 시간,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을 때 모든 예약이 끝났다. 마음 가볍게 밖으로 나가보니, 오 세상에나......... 호텔 바로 앞길이 여행자 도로이고, 밤이 되니 나이트 마켓이 펼쳐진 것이다. 인터넷 사진들에서 보던 실물들이 눈 앞에 깔려있는 이런 일.
큰 소리로 호객 행위를 하지 않고, 사지 않고 지나가도 무심한 사람들이어서 편안하다. 알록달록한 그녀들의 물건들이 밤마다 좌판에 펼쳐지고, 때때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물건을 고르는 일, 루앙 프라방의 야시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1킬로 여미터에 걸쳐 펼쳐진 시장이지만, 구경하며 지나는 사람도 물건을 파는 사람도 그저 조용하게 제 할 일만 하는 곳. 가난하지만 찌든 마음이 적고, 눈을 마주치면 자주 웃고, 말이 안 될 땐 손가락과 계산기 하나로도 사람들은 소통할 수 있다. 가난해도 악에 찬 마음을 모르고, 싼 티 나는 장사 요령 같은 것이 없어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싶다면 루앙 프라방을 가보라, 이렇게 말해도 좋을 것 같은 모습들.
푹신한 실내화를 파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나도 모르게 그 앞에 앉았다. 작은 가방을 생각했어야 했지만, 아주머니와 앉아 신발을 골랐다. 계산하고 돌아서오니 그제야 크나큰 부피가 느껴진다. 여행 중엔 짐을 줄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데, 그 사실을 잊었다. 이제 시작인데, 이것들을 어떻게 끌고 다닐 것인지 원....... 그러나 상관없었다. 때 묻지 않고 순박했던 아주머니의 웃음이 나와 여행을 함께 한다고 생각하면 행복할 수 있다. 나는 어쩌면 물건보다도 선한 사람들과 그들이 만지는 소중한 물건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림처럼, 우아하게조차 보이는 몸놀림으로, 구석에서 음식을 먹고 찌든 옷을 입어도 누추하지 않은 마음이 묻어나는 사람들은, 루앙 프라방에 깃들어 있어서 그런지 몰랐다.
골목길 시장 한 편, 라오스적인 음식 냄새와 풍경들. 시장 한 켠에서 쌀국수 하나를 시켜 외국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앉아 먹었다. 예전 같았으면 명랑한 인사를 나누었겠으나, 오늘은 내키지가 않는다. 짧은 눈인사와 이른 안녕을 하고 먼저 일어났다.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몸이 좋지 않을 것 같다. 여행을 잘 온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어젯밤부터 심한 담결림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어서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돌아오는 길, 라오 비어를 하나 사고, 과일 하나를 사들고 들어왔다. 약을 뒤져보니 언제 사 둔 것인지 담결림과 근육통에 먹는 약이 있다. 감기약과 그 약을 털어 넣고 불을 껐다. 캔 하나를 비우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