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월장> 리뷰
예전에 모 유명 대기업 블로그에서 최악의 직장상사 유형 Best 5를 발표한 적이 있다. 약 1000명 정도의 직장인에 따르면, '부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사', '리더십, 통솔력, 책임감이 부족한 상사',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상사', '실무능력이 부족한 상사', 그리고 '처세술이 부족한 상사' 순이다. 재미있는 점은 다른 취업 사이트가 조사한 최악의 직장동료 유형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팀원 간의 예절과 배려가 부족한 직원',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며 책임만 전가하는 직원', '실무능력이 부족하고 잦은 실수를 일으키는 직원' 순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자신들의 상사를 여러 이유로 비판하지만, 그들도 똑같은 이유로 비판받을 확률이 높다. '최악의 직장상사 공감' 같은 글에 쳐 웃지 말라는 얘기다. '니 얘기'일지도 모르니깐.
['젊은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통계는 현실을 반영하며, 현실은 통계보다 더하다. 벌써부터 '젊은 꼰대' 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주로 20대 후반의 고학번 대학생이나 30대 초반의 직장상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후배나 부하 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강요하는 '꼰대짓'을 아무 거부감 없이 행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들의 직장상사를 '꼰대'라 비난하는 내로남불식 태도까지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더 많은 직원들을 관리하는 자리에 올라가 그들 모두를 자기 생각대로 '교화' 하려 할 것이다.
나쁜 직장인과 좋은 직장인을 가르는데 나이는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하는 변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자연스럽게 철들거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문제는 우리도 언젠가 누군가의 상사이자 동료가 될 거라는 점이다. 미래의 자랑스러운 후배들과 팀원들에게 “(젊은) 꼰대”라는 불명예스러운 명칭을 부여받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일취월장>의 작가인 고영성, 신영준 작가는 다양한 컨텐츠에 걸쳐 스스로를 파악하고 (메타인지), 공부해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전작 <완벽한 공부법>에서 다루는 '공부'에 이어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해야 하는 '일'을 주제로 다양한 이론과 이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다양한 케이스를 제시한다. 모든 비즈니스에서 경시되었지만 중요한 '운'이라는 요소의 중요성과 이를 대해야 할 자세를 시작으로, 회사 내 모든 구성원이 일을 대할 때 가져야 하는 5가지 중점 사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방법, 혁신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대한 고찰,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전략, 더 나아가 앞으로의 미래와 조직의 관리, 그리고 개인의 성장까지 아우른다.
글 앞부분의 통계에서 공통적으로 직장인들이 자신의 동료나 상사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3가지 능력은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그리고 실무능력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이를 잘 알고 자기계발서나 강의를 들으면서 이 3가지 능력을 높이려 애쓰지만,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생활은 보통의 의지력으로는 힘들다. <일취월장>은 어떨까? 한 권의 책이 이 3가지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모든 해법을 담고 있을까? 다행히 있다.
공통적으로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그리고 실무능력을 키우기 위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운'이다. <일취월장> 첫 장인 “운” 챕터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운의 영향력을 인지하는 순간 의사결정, 집단 회의, 전략, 혁신 방법, 비즈니스 모델, 기획, 채용, 인사, 자기계발 등 일에 대한 모든 것이 제대로 정립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직장생활은 운을 반영하지 않았을 확률이 매우 높다. “복잡계” 와 “운” 의 영향력과 대비책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자신들의 동료나 후배, 상사들에게 '철저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계획' 아래에서 '양보단 질'을 추구하며 모든 실적은 '능력' 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이나 남을 비난했을 것이다. 무언가 바뀌려면 뿌리가 흔들려야 한다. 고정관념이라는 수많은 뿌리들을 '운'이라는 삽으로 제거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씨앗을 뿌리기 위한 시작이다.
각각의 능력들을 효과적으로 익힐 다양한 묘안들은 8개 챕터 곳곳에 퍼져있다.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한데, 이 책의 어떠한 챕터를 읽어보더라도 독자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조언, 리더십에 대한 조언, 그리고 실무 능력에 대한 조언을 모두 얻을 수 있으며 다른 챕터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내용이 많아 굳이 외부 자료를 끌고 오지 않아도 책 안에서 이러한 제안의 심화 및 체득이 용이하다. 예를 들어, "혁신" 챕터같이 일반인의 직장생활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듯한 내용 안에도 "실패를 보상하라"에서 리더가 견지해야 하는 올바른 생각 (리더십)을, "질보다 양" 전체 내용에서 실무진들이 가져야 할 생각을 (실무능력), 그리고 "다양성과 연결"에서 다른 구성원들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커뮤니케이션) 알려준다.
정리하면, <일취월장>이 제시하는 슈퍼 직장인이 되기 위한 비법은 "운과 복잡계의 인지를 바탕으로 일의 각 분야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지식과 사고을 '습득'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다른 구성원에게 '전달'한 후 이를 바탕으로 많은 컨텐츠와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생산'해 예상치 못한 성공과 실패을 준비하자" 이다.
[<일취월장>을 “사야 할” 3가지 이유]
<일취월장>의 소매가는 22000원이다. 비싸다. 최고의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이 22750원이다. 심지어 이 작가의 저자인 신영준 박사님과 고영성 작가님 (+ 작가는 아니지만 체인지 그라운드의 이웅구 대표님까지) 도 책 비싼 거 아니까 정 부담스러우면 서점에 서서 읽으라고 하신다. 하지만 이 책은 사야 한다. 사놓고 계속 옆에 끼고 있으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정리하고, 씹어 먹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가성비가 좋다.
이 책이 22000원이라고 말했지만, 이 책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책 가격의 몇 백만 배의 효율을 낼 수 있다.
먼저, 이 책의 작가는 전작 <완벽한 공부법> 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고영성 작가와 신영준 박사이다. 이 작가들이 책을 쓸 때 항상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데이터” 이다. 항상 어떠한 주장을 설명할 때 실제 사례와 검증된 데이터를 인용해서 정확도와 신뢰성을 높인다. 이 책의 목차에 실려있는 “운, 사고, 선택, 혁신, 전략, 조직, 미래, 성장” 안의 몇 십개의 제안 안에는 자그마치 300개 이상에 달하는 책과 자료가 인용되었다. 한마디로 그 자료들을 일일이 읽을 필요 없이 이 책을 꾸준히 반복하면 따로 힘을 들이지 않고 그것들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셈이다. 그 자료들 중에는 똑같이 비싼데다 이해하기 어려운 명저인 <블랙 스완> (나심 탈레브, 알라딘 기준 22500원) 같은 책까지 포함되어 있다. 22500원 주고 이해하지 못할 책을 사느니 22000원 주고 이해하기 쉽고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책의 마지막 "성장" 챕터에는 전작인 <완벽한 공부법>과 명저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주요 내용까지 삽입되었다.
또한, 이들 작가의 또 다른 강점은 확실한 A/S (After Service, 구입 후 서비스) 이다. 책 출간 직전이나 직후 북콘서트나 기념 사인회에만 얼굴을 비추는 수많은 작가들과 달리 이들은 <인생공부>, <체인지 그라운드> 등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비하인드 스토리,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강연과 방송, 멘토링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후속 자료들을 지속적, 정기적으로 배포한다. 또한 작가 본인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많아 평소 책에 대해 궁금했던 질문들을 물어볼 수도 있다. (에이비앤비의 대표가 워렌 버핏 등의 기라성같은 인물들을 만나기 위해 들인 비용에 비하면 아직까지 고 작가님과 신 박사님를 만나는 데 드는 비용은 기대 효과에 비하면 대단히 미미하다 자부한다. 몸값 더 높아지시기 전에 서둘러야...) 책을 사서 읽는 것만으로도 이런 모든 부가 자료들이 부록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마치 본 내용은 몇 장에 불과하지만 이를 설명하는 참고 자료만 몇 십장에 이르는 대가 (大家) 들의 논문처럼 말이다. 당장 이번 책의 연장선인 <일취월장 플러스> 강연의 입장료가 <일취월장> 서평 1개라고 한다.
< [신피셜] 신영준 박사님의 강연료 서평 1개라 밝혀 >
2) 이 책은 '개념원리'이다
사실 이 책은 ‘일 잘하는 법’ 을 담은 첫번째 책은 아니다. 소위 스타 직장인들이라 불리는 사람들 (심지어 일과 아무 관련없어 보이는 철학자들까지) 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나열한 책들은 이미 넘쳐흐르고 있다. 이런 책들은 책 말미에 자신들이 알려준 방법들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들을 별첨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제안들이 일반적인 직장인들이 이루기 어려운 것들이나 완전 동떨어진 선진국의 초다국적 기업의 사례라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경험에 의존한 채 어떠한 검증도 거치치 않은 방법이 실려있기도 하다. 아무리 상위권 직장인들이 추천하는 방법이라고 해도 당장 사표를 품에 안은 채 잡무와 상사에 치이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해답지를 보나 안보나 못푸는 건 마찬가지다.
<일취월장>이 제시하는 방법은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지극히 일반적인 직장인이 흔히 겪는 마인드셋, 선택, 전략 등의 문제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해답을 알려준다. 이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표는 언제 써야 하는지, 상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중요하지만 일반적인 문제들을 과학적으로 풀어내고 설명한다. 나오지도 않은 신유형을 대비하느라 기출문제를 간과하면 시험은 망한다. <일취월장>은 일이라는 분야의 ‘개념원리’ 이다. 계속해서 곁에 두고 복습하고 외우고 체화해야 한다.
(사족이지만, 개념원리 안에도 고난도 심화 문제가 있듯이 <일취월장> 안에도 실천하기 어려워 보이는 제안이 몇 개 존재하기는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체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그 노력의 결실은 어떤 책보다 달콤할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은 <수학의 정석> 처럼 원리 하나 알려주고 설명없이 고난도 문제를 풀라고 하는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
3) 이 책의 내용은 지키기 너무나 힘들다.
책의 말미에 쓰여져 있는 격언은 다음과 같다.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은 다르다 -매트릭스
사실 책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어느 누가 선택안을 충분히 고려해보지 않았으며, 어떤 멍청이가 운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사서 책상 위에 두어야 한다. 충격적인 말도 술 한 잔에 잊는 게 사람인데, 책에서 하는 ‘당연한’ 조언들은 새까맣게 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온 내용은 간단해보이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어 있고 이미 다양한 기업과 사례에서 충분한 효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를 꾸준히 기억하고 상기해서 각자의 직장생활에 적응하려면 의식적인 노력과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아까 말했듯 이 책은 ‘개념원리’ 이다. 누구도 ‘개념원리’ 를 서점에서 서서 읽지 않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한 번,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두 저자들의 책 <완벽한 공부법> 과 <일취월장> 은 공통적으로 공부를 통한 성장, 성장을 통한 배움, 배움을 통한 변화를 제일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 물론 그들도 “헬조선” 으로 대표되는 위계사회와 무능한 윗사람 등의 구조적 문제를 배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영준 박사는 팟캐스트에 항상 이 말을 넣는다.
나중에 우리 딸이 20대~30대가 되서 여러분들이 우리 딸의 직장상사가 되었을 때, “꼰대”가 되지 않을거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요?
지갑이 조금 얇아질 수 있다. 스테끼 한 번 못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 책을 구입하고 읽음으로써 위의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이건 나 뿐만이 아니다. “니 얘기” 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