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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버트 Feb 05. 2018

국방 장관의 변명

<블랙 스완> 리뷰

2001년 9월 11일, 평화롭던 뉴욕 시내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아메리카 항공 소속 비행기 AA11이 세계무역센터에 그대로 충돌했다. 뉴욕 시내에 있던 사람들은 전대미문의 “사고” 에 매우 당황했고, 소방관들은 빌딩 안의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해 서둘러 장비를 챙기고 세계무역센터로 향했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자, 이번에는 유나이티드 항공 소속 175편 항공기가 2번 타워에 충돌했다. 이 순간을 생중계하던 FOX TV의 앵커는 말했다. 


This seems to be purpose (이 것은 고의인 것 같습니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사상 최악의 테러, 9-11 테러의 서막이 올랐다. 


# 국방장관의 이유있는 ‘변명’

테러가 어느정도 수습된 후, 미국 국민들은 앞다투어 정부를 비판했다. 미국의 첩보력과 국방력에 대한 의심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까지 제기되었다. 그러한 비판의 중심에는 미국을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책임이 있는 국방부의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가 있었다. 사건 이전에도 무능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던 그는 테러 관련 질문 공세에 속수무책이었다. 동료들부터 국민들이 그를 비난하는 게 일상이 될 즈음, 2002년 그는 이라크 관련  대국민 질의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였다. 


(이라크와 테러리스트간의) 연관이 없다는 보고를 들으면 항상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알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또한 우리가 우리는 모르는 무언가가 존재함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들이 있음을 압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또한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들 -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어떠한 현상은 1)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 2)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3)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모르는 것 4) 우리가 모른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것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변명하는 듯한 말투로 인해 그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의 발언 속 아이디어에서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것은 “UNKNOWN UNKNOWNS”,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들이다. 월가의 현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저서 <블랙 스완>의 머릿말에서 이를 “블랙 스완” 이라는 용어로 정리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 우리의 예측이 틀릴 수 밖에 없는 이유

나심 탈레브는 프롤로그에서 블랙 스완의 3가지 특징을 나열한다. 

(1) 검은 백조는 다른 무수한 측정 및 경험과 차이가 매우 큰 극단적인 데이터이다. 
(2) 블랙 스완은 존에 세워놓은 이론과 예측을 전부 무력화시킨다
(3) 사람들은 블랙 스완을 경험한 후 이를 ‘적절한 설명’ 을 통해 예견가능한 존재인 것처럼 표현한다. 

이러한 블랙 스완, 즉 아무도 예상치 못한 극단값은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 

산업혁명으로 세계의 복잡성이 증대하기 시작하면서 이 효과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반대로 일상의 사건들, 즉 우리가 신문 따위를 통해 배우고 토론하고 예상하려 하는 사건들은 점점 아귀가 맞지 않는 결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러한 블랙 스완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대응, 즉 3번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이유로 미래를 예견하면서 예측을 행하지만 그들은 편향, 오류, 그리고 고정관념에 둘러싸여 블랙 스완이라는 극단값의 존재와 잠재적 영향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책에서 언급되는 대표적 3가지 편향 및 오류는 “확인 편향”, “이야기 짓기의 오류”, 그리고 “루딕 오류” 이다. 

(1) 확인 편향 : 인간의 생각은 분야와 맥락에 갇힌다; 유리한 정보만 모으려 한다; 미묘한 차이가 가져오는 큰 결과를 의심하지 않는다; 어떠한 정보에 대한 확증 증거를 찾으려 한다.

(2) 이야기 짓기의 오류 : 인간은 어떤 정보를 엮어 이야기를 만들지만 이 흐름에 벗어나는 사건을 대처하지 못하고, 인과관계와 원인을 무작정 찾으려하는 사후 합리화를 자주 활용하며, 정보의 습득, 저장, 가공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계속해서 압축하려 하며, 심지어 과거의 기억또한 이러한 인과 관계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재창조하려 한다. 그리고 외부 요인에 따라 확률을 과대평가하거나 사고의 대비를 포기하고, 심지어 희귀한 사건에 대해 과소평가한다. 

(3) 루딕 오류 : 루딕 오류는 흔히 게임에서의 불확실성을 현실에 적용하려 할 때 발생한다.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부딪히는 불확실성의 속성은 시험지나 게임에서 만나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실제 현실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것” 이 존재하며 게임과 달리 외부 변인을 통제하지 못해 정확한 확률 계산 및 불확실성의 출처를 찾아낼 수 없다. 즉, 현실의 근소한 수리적 변화를 정규분포같은 이론으로 찾으려 하면 이는 오히려 또 다른 오류를 낼 뿐이다. 

또한 검은 백조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새로운 예측과 편향된 분석을 통해 스스로의 통제 범위에 편입시키려 한다. 하지만 블랙 스완은 인간이 통제하고 분석할 수 없는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것’ 이다. 이에 대한 잘못된 대처 방법은 또 다시 예측의 실패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 모건 스탠리의 보안직원, 릭 레스콜라

인간의 역사에서는 이러한 극단값을 대비하지 못하거나 잘못 대비해서 생긴 대형 사건이 가득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검은 백조의 위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책에서는 우리에게 후폭풍의 피해를 최소화할 두 가지 대책을 제시한다. 최대한 많이 집적거리고, 역(逆)칠면조 그룹이 되어 ‘깜짝 놀랄만한 대사건’ 을 믿고 대비해야 한다. 

나심 탈레브의 두 가지 조언이 빛을 발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대표적 '블랙 스완'이었던 9-11 테러 당일이었다. 당시 유명한 투자 은행 모건 스탠리는 테러의 목표였던 세계무역센터에서 가장 많은 층에 입주해있던 기업이었다. 2500명에 가까운 자사 직원들이 그 빌딩 안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테러 당시 피해가 가장 큰 기업일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단 10명을 뺀 나머지 직원들은 그 안에서 무사 탈출할 수 있었다. 모건 스탠리의 안전요원 ‘릭 레스콜라’ 의 활약 덕분이었다.



미군에 입대해 베트남 전쟁 등에서 수많은 위험을 겪은 그는 모건 스탠리에 안전요원으로 입사한 직후 많은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두 가지 활동을 지속했다. 

먼저 그는 지속적으로 회사와 뉴욕 시청에 대형 테러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연히 그의 주장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이슬람권에서의 반미 분위기가 고조되기는 했으나 전문가들은 군소 테러리스트들의 활동과 규모를 과소평가했으며, 더욱이 그들이 미국 본토에 테러를 가할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경험과 자료를 활용해 비록 뉴욕에 테러가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만약 일어난다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거라 예상했다. 책에 따르면 자신의 예측을 과신해 갑작스러운 비극을 대비하지 못하는 '칠면조 그룹'과 달리, '역(逆)칠면조 그룹'은 항상 자신의 예측을 의심하고 혹시 발생할 극단값에 대해 믿고 대비한다. 그는 '역(逆)칠면조 그룹'의 일원으로서 미래에 벌어질 큰 사건을 예측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또한, 그는 이를 대비하는 다양한 종류의 안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험했다.  회사 내의 안전 시스템이 대형 사건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그는 스스로 다양한 안전 프로그램을 창안해냈으며 이 프로그램들이 효과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직원들을 자주 훈련에 참여시켰다. 비록 몇몇 임원들은 생산성 감소 등의 이유로 이를 반대했으나, 릭은 안전에 관해서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모든 직원들은 의무적으로 훈련에 참여해야 했으며 리더로 뽑힌 사람들은 별도의 추가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했다. 심지어 릭은 방문자 안전 프로그램을 만들어 외부인들에게 최대한 효율적으로 안전 수칙을 알려주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했다. 이는 책의 첫 번째 조언인 ‘최대한 많이 집적거려라’ 에 해당된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5분, 테러리스트에 의해 하이재킹된 비행기가 빌딩에 충돌했다. 안내방송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단 대기하라는 지시가 주어졌다. 하지만 릭 레스콜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직원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안전 프로그램에 따라 지금 당장 대피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직원들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평소대로 그룹을 이루어 대피했다. 방문객들 또한 안전 브리핑에 따라 즉각 대피했다. 대피 중간에 다른 비행기가 2번째 충격을 가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1시간 뒤인 9시 45경에 모건 스탠리의 대부분의 직원은 대피를 완료해서 구조대의 지원을 받았다. 그의 훈련 프로그램 덕분에 대부분의 직원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고 회사는 정해진 시스템에 따라 바로 다음 날 업무를 재개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릭 레스콜라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나머지 직원들을 구하러 다시 빌딩 위로 올라가다 결국 목숨을 잃었다. 비록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아직까지도 대형 테러라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효과적으로 대처해낸 공로로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그는 9-11의 영웅 중 한 사람으로 불리고 있다.  

‘모르는 것조차 모르는’ 테러라는 극단값을 그저 말로만 언급한 채 대비하지 않은 국방장관과 그 극단값을 대비하기 위해 수없이 실험하고 시도하며 결국 2500명의 목숨을 구한 안전요원. 앞으로 더 복잡해질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을 롤모델로 삼아 살아가야 할까. 나심 탈레브는 <블랙 스완> 을 통해 그 답을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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