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가장 빠르게 마음이 풀리는 자리

by 초연

회의실엔

물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


그래프는 위로 갔고

결정은 통과됐고

악수는 정확했다


넥타이를 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를 지나


그는

편의점에 들어선다


컵에

뜨거운 물을 붓는 동안

오늘의 말들은

모두 식는다


서서 먹는다

젓가락은 급하고

국물은 솔직하다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정답을 말했지만


이 시간만큼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이걸 먹느냐고


하루를 버틴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격식이 아니라


금방

익는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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