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超然)

휘말리지 않고 끝까지 보는 사람

by 초연

나는
앞서가려 하지 않는다


다만
내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기대가 오면
조금 늦게 답하고
상처가 오면
조금 멀리 둔다


모두를 이해하지 못해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모두를 품지 못해도
문을 잠그지는 않는다


좋아하는 것엔
조용히 오래 머물고
싫어하는 것엔
이유를 덧붙이지 않는다


말이 많아질 때는
내가 길을 잃었다는 신호라
침묵 쪽으로
한 발 물러선다


나는
세상을 이기고 싶지 않고
나를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조금 비켜서서
끝까지 본다


흐름을
사람을
나 자신을


초연하다는 건
차갑다는 뜻이 아니라


끝내
내 몫의 무게를
내 손으로
들고 가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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