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나무

초여름의 이유

by 초연

봄이
완전히 가시기 전
가지 끝에서

작은 붉음이
먼저 말을 건다


손바닥만 한 계절이
햇살을
조금씩
모아두었다


달콤함은

한입이고
남는 건
입 안의
가벼운 시림


아이들은
서둘러 따 먹고
어른들은
괜히
하나 더
남겨둔다


그제야 알았다


이 열매는
배를 채우려는 게 아니라
계절이
지나가기 전에
잠깐
붙잡아 보라고
건네는 신호라는 걸


그래서
오늘은
하나만
입에 넣고
천천히
씹는다


여름이
오기 전
이유 하나쯤은
기억해 두려고

이전 03화아직 남아 있는 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