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은 위에서 날아오고, 나는 그 사이에 선다

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7편

by 초연

오전 8시 20분.

커피 한 모금을 마시기도 전에 비서실에서 전화가 왔다.


“팀장님, 오늘 9시 30분 회장님 보고… CFO님이 ‘같이 들어오라’고 하시는데요.”


같이 들어오라.

보고하는 건 CFO지만, 질문은 나에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전략기획팀장에게 ‘동행’은 책임의 분담이 아니라 질의의 전가를 의미한다.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자료를 확인했다.

밤새 만든 자료는 깔끔했다.

깔끔하다는 건 질문을 더 많이 부르는 보고서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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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30분, 회장실.


“여기, 이 수치. 지난번이랑 방향이 다르네. 왜 바뀐 거지?”


CFO가 답하려던 순간, 회장님이 말했다.


“아니, 전략기획팀장한테 바로 듣자.”


나는 노트북을 열었다.


“예, 회장님. 지난주 가정치가 신규 데이터로 업데이트되면서—”


“그게 언제 업데이트된 거지?”


“어젯밤입니다.”


“밤? …그럼 이 숫자는 완전히 신뢰하긴 어렵겠군.”


나는 정확한 표현을 골랐다.


“정확히는 ‘신뢰도보다 변동성이 높은 구간’입니다.”


회의실이 잠시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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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최악 시나리오 다시 말해봐. 전 장표 말고, 팀장 생각으로.”


전략기획 보고에서 가장 위험한 주문.

내 판단이 회사의 공식 입장처럼 들릴 수 있는 순간이다.


“… 현재 기준 최악은 연간 △△억 위험 노출입니다.

다만 협상 여지가 있어 전액 반영은 과도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당신이 보는 ‘최악의 최악’은?”


나는 한 박자 쉬고 말했다.


“… 말씀드린 수치보다 10% 더 나쁠 수 있습니다.”


누군가 숨을 들이마셨다.

CFO도 표정이 굳었다.


회장님은 짧게 웃으며 말했다.


“저런 예상이 필요해. 대부분은 이런 얘기 듣기 싫어하거든.”


칭찬인지 경고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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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후, 회장실 밖.


CFO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수고했어. 근데 다음엔… 10%까지는 안 해도 돼.

회장님은 네 말을 ‘진짜’로 듣거든.”


그제야 알았다.

오늘 날아온 화살은 위에서 떨어진 게 아니라,

옆에서 밀려온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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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로 돌아와 일기에 적었다.


“전략기획팀장은 화살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화살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가장 먼저 감지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당신의 판단이 ‘회사 판단’처럼 들릴 때, 그때부터 진짜 혼자가 된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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