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10편
오후 4시 10분.
회의 세 개를 연달아 끝내고 자리로 돌아오니
정말 잠시라도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았다.
책상에 앉자마자 컴퓨터가 아니라
그냥 책상 모서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뒤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팀장님… 잠깐 괜찮으세요?”
돌아보니 신입이 서 있었다.
표정은 불안하면서도 진심이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그냥, 팀장님 요즘… 좀 힘드신 것 같아서요.”
그 한 문장이 마음 깊숙한 곳을 흔들었다.
전략기획팀장은 누구에게도 ‘힘들다’ 말할 수 없는 자리였다.
내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리고,
임원들은 방향을 의심한다.
그래서 늘 “괜찮다”라고 말해 왔다.
그런데 신입에게서 나온 “힘들어 보인다”는 말은
어딘가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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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힘들어 보였어?”
“네… 팀장님이 요즘 말을 좀 아끼시고,
회의 끝나고 복도 걸어가실 때도 많이 지쳐 보이셔서…”
그 말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 진심이었다.
나는 억지로라도 웃으며 말했다.
“티 안 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나 보다?”
“…네. 사실 좀 많이요.”
그는 솔직했고,
그 솔직함이 오히려 나를 구했다.
“그래도 말해줘서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내가 더 망가질 뻔했어.”
신입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가요?”
“그래. 때로는… 솔직한 말이 보고서보다 더 큰 힘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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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이 돌아간 뒤,
나는 한참을 책상에 기대앉아 있었다.
*내 표정이 망가져 있었다는 사실.*
가장 늦게 알아챈 사람은 나였다.
일기를 열었다.
“팀장이라고 해서 표정이 무너지지 않는 건 아니다.
오늘에서야 다시 알았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누군가의 ‘괜찮아요?’라는 말 한 줄이 보고서 백 장보다 더 깊게 와닿는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