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11편
오전 11시 50분.
전략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은 천천히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회의 테이블에서는 누구도 날카로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이 닫히자마자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복도로 걸어 나온 생산본부 차장은 중얼거렸다.
“아니, 그렇게 할 거면 애초에 CAPEX 줄이지 말자고 하든가…”
그 말은 회의 중엔 절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회의실에서는 기록되고, 복도에서는 기록되지 않는다.
진짜 의견은 복도에서 더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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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본부 과장이 다가왔다.
“팀장님, 솔직히… 오늘 회의 좀 이상하지 않았어요?”
“어떤 부분에서?”
“겉으로는 ‘시장 대응력 강화’라면서, 실제 결정은 내부 안정성 쪽으로 밀어가고…
회의는 회의고 현실은 현실 같은 느낌?”
나는 조용히 말했다.
“맞아. 현실은 항상 회의보다 복잡해.”
그는 다시 물었다.
“근데 결국 보고서엔 단일 방향으로 정리하잖아요?”
“그래. 그게 기획팀 일이니까.”
그는 ‘역시 또 팀장님 몫’이라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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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CFO가 조용히 내 자리로 와서 말했다.
“아까 회의에서 말은 못 했는데…
회장님은 내년 계획을 조금 더 공격적으로 잡고 싶어 하셔.”
“… 지금 상황에서 공격적으로요?”
“응. 근데 그걸 회의에서 바로 얘기하면 난리 나니까…
일단 너희 팀에서 시나리오 좀 만들어봐.”
회의에서는 ‘신중한 방향’이 나오고,
회의 밖에서는 ‘진짜 방향’이 흘러나온다.
진짜 결정은 회의실이 아니라 복도에서 이뤄진다.
나는 조용히 답했다.
“알겠습니다. 방향성 시트부터 다시 짜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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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 막내가 물었다.
“팀장님, 오늘 회의… 결론 난 거 맞죠?”
“회의에서는 결론 난 것처럼 보였지.”
“…그 말은 진짜 결론은 아니라는 거죠?”
“그래. 진짜 결론은 회의가 끝난 다음에 나와.”
막내는 이해하려 애썼다.
나는 피곤함이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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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일기를 열었다.
“조직은 말로 굴러가지만,
그 말은 회의가 아니라 복도에서 흘러나온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전략기획팀장은 회의에서 쓰지 못한 말의 흐름까지 읽어야 조직의 내일을 예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