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12편
오후 3시 40분.
막 회의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오려는 순간
CFO가 말했다.
“팀장, 잠깐 내 방으로 와.”
그 말투에서 이미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숫자가 아니라 사람 문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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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실 문이 닫히자마자 그는 말했다.
“생산본부장이 방금 나한테 전화했어.
아까 회의 진행 방식, 많이 불만이더라고.”
나는 조용히 눈을 깜빡였다.
오늘 회의에서 나는 양쪽 의견을 조율해 정리했는데
그 정리가 누군가에게는 ‘배제’로 들렸던 모양이었다.
“팀장, 솔직히 말해봐.
오늘 회의, 생산본부가 좀… 과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 질문은 대답을 요구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동의를 요구하는 말이었다.
나는 신중히 답했다.
“오늘은 모두가 예민해져 있었습니다.
한쪽이 과했다기보다는 각자가 자기 영역을 지키려 했던 것 같습니다.”
CFO는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한 동의도, 반박도 아닌 문장.
전략기획팀장이 자주 쓰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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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이번엔 생산본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팀장, 오늘 회의… CFO 반응 좀 이상하지 않았어?”
회의가 끝난 뒤
임원 두 명이 서로 다른 방향의 불만을
동시에 나에게 털어놓고 있었다.
“팀장, 너는 어떻게 봤어? 솔직하게 얘기해 봐.”
또다시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질문.
나는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모두가 본인 영역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가 조금씩 커진 것 같습니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말했다.
“… 그래. 네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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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왜 임원 둘의 감정을
내가 동시에 흡수해야 할까?
왜 나는 어느 편에도 설 수 없을까?
왜 충돌하는 두 의견 사이를
항상 내가 메워야 할까?
전략기획팀장의 외로움은
업무량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을 대신 메우는 역할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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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일기에 적었다.
“조직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의견이 충돌할 때가 아니라,
어느 편도 들 수 없을 때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전략기획팀장은 양쪽 모두를 이해해야 하고, 동시에 양쪽 모두에게 오해받을 각오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