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이 바뀌는 순간, 가장 먼저 알아채야 하는 사람

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14편

by 초연

아침 8시 50분.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공기가 달랐다.

특유의 팽팽함, 누군가 숨을 들이쉬었다 멈춘 듯한 기류.


모니터를 켜고 메일을 보자 바로 이유를 알았다.


[인사발령] 전략·영업·생산 권한 조정


‘조정’이라는 단어 속엔 보이지 않는 의미가 숨어 있었다.

조직의 힘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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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30분, 회의실.


영업본부장은 의자에 등을 기대지 않았고,

생산본부장은 평소보다 말이 적었다.

CFO는 자료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져 있었다.


말보다 표정이 먼저 변했다.

그 변화를 나는 가장 먼저 감지하고 있었다.


물길이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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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중, 회장이 말했다.


“이 부분은… 생산 쪽 의견도 듣고 싶네.”


단 한 문장이 조직의 판도를 흔들었다.

영업이 주도하던 영역이 생산 쪽과 나눠지는 순간이었다.


영업본부장은 잠시 멈칫했고,

생산본부장은 겉으로는 조용했지만 눈빛이 흔들렸다.

CFO는 둘을 번갈아 보았다.


나는 이미 이 변화의 의미를 계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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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후, 영업본부장이 말했다.


“팀장, 요즘 분위기… 너도 알지?”

“네, 조금 달라진 것 같습니다.”


그는 낮게 물었다.

“이럴 때 기획팀은 어떻게 하는 거야?”


나는 경험에서 나온 말을 했다.


“흐름이 너무 빨리 바뀌면 누군가는 물속에 잠기거든요.

기획팀은 그 물길을 먼저 감지하고,

누가 잠기지 않게 다리를 놓는 역할입니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그래서 네가 필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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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생산본부 차장이 찾아왔다.


“팀장님, 오늘 회장님 말씀… 의미가 뭘까요?”


“방향 전환이 아니라 균형 조정입니다.

누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문제가 아니라,

전체가 재정렬되는 흐름이라고 보면 좋습니다.”


그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책임은 넘어오지 않아도,

판단의 무게는 기획팀이 더 많이 지게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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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일기에 적었다.


“조직의 변화는 공지로 시작하지 않는다.

표정, 말투, 의자에 앉는 방식, 말 고르는 속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물길이 바뀔 때 가장 먼저 젖는 사람은

물가에 서 있던 사람이다.

전략기획팀장은 그 물길을 읽는 사람이면서, 그 변화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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