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17편
오전 10시.
전날 밤까지 정리한 ‘구조조정 없는 비용절감 패키지’가
실무 부서에 공유되는 날이었다.
임원 회의에서는 모두가 말했다.
“좋아. 이 정도면 가능하지.”
“기획팀이 잘 만들었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위에서 ‘가능하다’고 말할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실행은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실무자들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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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30분, 실무 리뷰 미팅.
6분 만에 첫 폭탄이 터졌다.
“팀장님, 이건 현실성이 없습니다.”
“이 인력으로 절대 불가능합니다.”
“임원들이 이걸 OK 했다고요?”
“현장을 보면 이런 목표 못 세웁니다.”
그들의 표정에는 공통된 감정이 있었다.
‘이 결정은 우리를 고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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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오늘 이 리뷰가 필요한 겁니다.”
그러자 생산 주임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근데 위에서는 이미 OK 난 거잖아요?
우리는 그냥 하라는 거고요?”
그 말은 사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아팠다.
“OK 난 건 큰 방향입니다.
세부 실행 방식은 오늘 우리 모두가 다시 만드는 겁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화살은 나에게 꽂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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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끝나고,
한 실무자가 조용히 남아 물었다.
“팀장님… 이거 진짜 해야 하는 거예요?”
나는 말했다.
“… 해야 해.
하지만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바꿀 수 있어.”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면 됩니다.”
그 말이 오늘 하루 가장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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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임원 공유 회의.
“실무에서 왜 반발이 큰 거지?”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기획팀 설명 제대로 한 거 맞아?”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목표는 타당합니다.
다만 실행의 무게는 실무자에게 있습니다.
목표는 유지하되 방식은 조정해야 합니다.”
잠시 침묵.
그리고 CFO가 말했다.
“… 그래. 조정해.”
그 말 한마디로
오늘 모든 감정의 무게가 내 어깨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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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일기에 적었다.
“위에서는 합의가 나도, 아래에서는 동의가 나오지 않는 날이 있다.
그 틈을 메우는 일이 가장 지치지만,
결국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전략기획팀장은위의 결정을 아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