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18편
오전 9시.
비서실에서 메시지가 왔다.
“팀장님, 회장님이 ○○지표 급락 건 재점검 요청하셨습니다.”
그 지표는 어느 한 부서의 책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날 조직이 원하는 건 ‘설명하는 사람 한 명’이었다.
그리고 그건 대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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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긴급 점검회의.
회장은 첫 장을 보자마자 말했다.
“이거 왜 이렇게 된 거야? 지난번엔 조정했다고 하지 않았나?”
영업은 생산을,
생산은 재경을,
재경은 다시 영업을 보았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나는 말했다.
“이번 변동은 특정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
세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입니다.
1) 시장 측 변수
2) 내부 리드타임 영향
3) 작년 데이터의 일시적 착시 효과…”
사실 그대로였지만,
누구도 지목하지 않는 설명은 언제나
덜 ‘만족스러운’ 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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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가 끝난 뒤, 생산본부장이 다가왔다.
“팀장, 방금 설명… 너무 우리 책임처럼 들린 거 아냐?”
“그렇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부서의 연결 요인입니다.”
그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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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재경팀장이 찾아왔다.
“‘데이터 착시’라고 한 부분…
혹시 재경팀 오류처럼 보이진 않았을까요?”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표현은 다시 조정하겠습니다.”
그도 조용히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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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영업본부 과장이 메시지를 보냈다.
“팀장님… 저희 쪽 문제처럼 들리진 않았죠…?”
나는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숨을 길게 내쉬었다.
오늘의 문제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시스템과 외부 변수가 동시에 움직인 결과였다.
하지만 조직은 ‘이해’보다 ‘설명’을 원한다.
그리고 설명하는 순간,
책임의 그림자는 말하는 사람에게 드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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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빈 사무실에서 오늘을 돌아보았다.
‘잘못은 누구 것도 아닌데
왜 내 말이 누군가의 잘못처럼 들릴까.’
나는 일기를 열었다.
“조직에는 잘못이 아닌데도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전략기획팀장은
책임을 갖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을 정리해 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리하는 순간, 책임의 그림자는 늘 내 쪽으로 넘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