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19편
오전 11시 10분.
예산 조정을 앞두고 생산본부와 영업본부의 갈등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30분 만에 두 임원에게서 동시에 연락이 왔다.
“팀장, 잠깐 시간 좀 내줄래?” — 생산본부장
“팀장님, 회의 전에 이야기 좀 하시죠.” — 영업본부장
나는 속으로 말했다.
‘오늘만큼은 아니었으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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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설득 – 생산본부장
“팀장, 영업 쪽 요구 봤지? 말이 안 돼. 현실 몰라서 그래.”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본부장님 말씀도 타당합니다. 현장 리드타임을 고려하면 부담이 큽니다.”
그는 바로 말했다.
“그렇지? 너도 그렇게 보지? 회의에서 확실히 짚어줘.”
그 말은 사실 확인이 아니라 ‘지지 요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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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설득 – 영업본부장
“팀장님, 생산 입장 이해는 하는데… 지금 시장 상황 생각하면 우리 의견이 맞죠?
회장님도 시장 쪽 의견 들으실걸요? 팀장님은 어떻게 보세요? 솔직히.”
겉으론 의견을 묻는 질문이었지만
속뜻은 분명했다.
‘우리 쪽을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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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기획팀장의 딜레마
둘 다 틀린 말이 아니었고,
둘 다 완전히 옳은 말도 아니었다.
생산은 ‘현장 현실’을,
영업은 ‘시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말한다.
문제는 둘 중 하나가 아니라
그 둘의 충돌 사이에 생기는 ‘공백’이었다.
그리고 그 공백을 메우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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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순간
오후 4시, 임시 미팅.
두 본부장은 서로 말을 끊었고,
CFO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노트북을 닫고 말했다.
“두 분 말씀 모두 맞습니다. 다만 접근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생산은 안정성을, 영업은 확장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건 어느 한쪽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조건이 동시에 성립할 수 있는 교차구간을 찾는 것입니다.”
CFO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두 본부장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내 가슴 안에서 숨 하나가 길게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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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전, 일기에 적었다.
“둘 다 옳다고 말할 때보다,
둘 다 내 편을 원할 때가 더 어렵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전략기획팀장은
어느 편도 확실히 들 수 없고,
동시에 어느 편도 잃어서는 안 되는 자리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의 편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모두의 편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