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서 만든 전략이 현장에서 깨지는 날

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20편

by 초연

오전 7시 55분.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베트남 법인에서 연락이 왔다.


“팀장님… 어제 올려주신 신규 운영 시나리오,

현장에서 적용해 봤는데 문제가 많습니다.

'책상 위 전략'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조용히 노트북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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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충격 – 현장의 보고


오전 10시, 긴급 화상회의.


베트남 생산팀장:

“팀장님, 이 전략은 ‘가능’ 하지 않습니다.

숫자는 맞지만 동선을 반영하지 않았어요.”


영업팀장:

“고객사 대응 시간 줄이려면 좋겠지만

현재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재경팀장:

“이 시나리오대로면 단기 비용이 오히려 증가합니다.”


데이터로는 가능한 전략이었지만

현장은 데이터를 따르지 않는다.

현장은 현실을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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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충격 – 돌아온 말


회의 말미, 법인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팀장님, 전략은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움직이려 하신 것 같습니다.”


그 말이 가장 아프게 꽂혔다.


속도는 기획팀이 정하지만,

그 속도를 버티는 건 현장이다.


“네. 현실에 맞게 다시 조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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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충격 – 본사 보고


오후 3시.


CFO:

“팀장, 전략이 현장에서 안 먹힌다던데?”


사장:

“전략 자체 문제야, 실행 문제야?”


나는 모든 요소를 스캔했다.

전략 구조, 수요 변동, 인력, 리드타임, 프로세스…


그리고 말했다.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의 문제입니다.

단계별로 나누어 다시 설계하겠습니다.”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시 만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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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빈 사무실.


무너진 전략의 조각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데이터는 맞았고 방향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의 속도를 놓쳤다.


기획자가 가장 어려운 건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정답’을 찾는 일이다.


나는 일기에 적었다.


“전략은 책상에서 만들어지지만,

현실은 현장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전략이 무너진 날은 기획자가 다시 배워야 하는 날이다.”

화, 목,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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