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올라가는데, 사람은 무너지고 있었다

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21편

by 초연

오전 8시 45분.

재경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팀장님, 3분기 실적 예비치 나왔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좋습니다.”


실적이 좋다는 소식은 보통 축하받을 일이다.

하지만 전략기획팀장에게는 또 다른 부담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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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은 상승, 분위기는 하락


오전 10시 회의.

사장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잘했어. 방향 잘 잡았네. 이 정도면 연말까지도 충분히 가겠다.”


영업은 웃었고, 재경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자 생산 파트장이 조용히 말했다.


“팀장님… 현장은 지금 완전히 지쳐 있어요.

라인 반장이 두 명이나 그만둔다고 합니다.”


아침의 ‘호실적’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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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


점심 전, 베트남 법인에서 연락이 왔다.


“팀장님, 실적 좋은 건 알지만… 생산 불만이 많습니다.

기준 맞추려고 모두 너무 몰아붙이고 있어요.”


“몇 명의 문제인가요?”


“한두 명이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많이 지쳤습니다.”


그 순간, 오늘이 단순히 ‘좋은 날’이 아니란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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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와 사람 사이에서


오후 3시, 임원 회의.


사장은 말했다.


“이번 분위기 좋으니까 4분기 목표 조금 더 올려도 되겠지?”


나는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회장님, 숫자는 좋지만 현장 피로도가 매우 높습니다.

속도를 조금 조정해야 합니다.”


영업본부장은 말했다.


“팀장, 너무 조심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산본부장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CFO는 조용히 나를 보았다.


나는 다시 말했다.


“조금만 더 무리하면… 사람이 먼저 무너집니다.”


잠시 침묵 후, 사장은 말했다.


“… 그래. 알겠다. 목표 유지는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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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회의가 끝난 뒤


퇴근 직전, 한 실무자가 메시지를 보냈다.


“팀장님, 오늘 회의에서 저희 상황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그 메시지를 오래 바라보았다.


성과는 중요하지만,

사람이 무너지면 성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나는 일기에 적었다.


“숫자는 올라가고 있었지만, 사람은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전략기획팀장은

성과와 사람 사이 균형을 잡는 보이지 않는 저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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