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하루 종일
멀쩡한 척 앉아 있다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마음이 먼저 퇴근했다
서류는 책상 위에
반듯하게 누워 있는데
가슴은 누가
구겨 넣은 영수증 같았다
신호가 바뀌어도
건너야 할 것들은 남아 있고
다리 위로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멀쩡한 사람들만
잘도 집으로 갔다
나는 오늘
아무 데도 들르지 않았는데
자꾸 무엇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주머니를 만졌다
돌아갈 곳은 있는데
돌아갈 얼굴이 없어서
저녁은 자꾸 식고
도시는 끝까지 따뜻한 척했다
별일 없냐고 묻는 불빛 아래서
나는 끝내
별일이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