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

빈 손이 무거운 날

by 초연

사람들은 제시간에 내렸고

나는 안내 방송이 끝난 뒤에야

천천히 일어났다


놓고 온 것이 없는데도

자꾸 뒤를 돌아보는 사람처럼


빈손이

유난히 무거운 날이 있다


오늘이 그랬다


주머니 속에는

열쇠와 영수증과

아무 소용없는 침묵이 있었고


입안에는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이

마른 채로 남아 있었다


누가 보면

그저 늦은 저녁일 뿐이었겠지만


나는 오늘

아주 작은 금 하나가

사람을 어디까지 조용하게 만드는지 알았다


멀쩡히 걷고 있으면서도

조금씩 사라지는 기분


그런 날은

걸음보다 그림자가 먼저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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