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남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오래 품에 넣고 다닌 것은
대개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었다
숨을 아껴 불었고
빛이 잘 드는 쪽으로 돌려 보았고
터지지 않게 걸음까지 늦추었는데
어느 순간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가만히 손가락 하나를 댔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다만
방금 전까지 둥글게 떠 있던 믿음이
공기였다는 사실만
너무 선명해졌다
나는 한참 동안
젖은 것도 아닌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잃어버린 것은 분명 큰데
바닥에는 아무것도 떨어져 있지 않아
사람은 가끔
없어진 뒤에야
무엇을 그렇게 애써 들고 있었는지 안다
그래서 저녁마다
환한 것들을 조금 덜 믿게 되고
반짝인다는 이유만으로
영원하다고 부르지 않게 된다
오늘의 상실은
거창한 파괴가 아니라
한순간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리는 법을
조용히 가르쳐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