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동안

빛의 편지

by 초연

아침의 빛은

늘 같은 창으로 들어오는데

오늘의 나는

어제와 다른 얼굴로

그 빛을 받는다


우리는

영원할 것처럼

컵을 싱크대에 두고

말을 내일로 미루고

마음을 나중으로 미뤄 둔다


그러다 문득

가장 사소한 것들이

가장 큰 진실이 된다


따뜻한 밥 한 숟갈

젖은 손수건의 냄새

현관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왔어”


삶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이런 작은 장면들이

우리 쪽으로 오고

또 지나가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끝이 언제인지 몰라서

더 아름다운 것이 있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세상을 무섭게 하기보다

사람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늦게라도

지금의 손으로

지금의 마음을 잡는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미안하다고 말한다


삶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오래 사는 시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서로를

빛나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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