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

마지막으로 밝았던 순간 이후

by 초연

늘 켜져 있던 것이

꺼지는 데에는

예고가 없었다


스위치를 몇 번이고 눌러도

아무 대답이 없고


나는 어둠보다 먼저

익숙함이 사라졌다는 사실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빛이 없어진 것뿐인데

방의 모양도

내 걸음의 방향도

전부 낯설어졌다


사람도 그런가 보다


한때는

눈감고도 찾아가던 마음이

어느 날 갑자기 잠잠해지면


남겨진 쪽은

허공만 더듬다가


마지막으로 밝았던 순간이

정말 있었는지조차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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