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장

끝까지 고르지 못한 것들

by 초연

늦은 시간

사람들은 필요한 것을 골라

계산대로 갔고


나는 끝내

무엇을 사러 왔는지도 잊은 채

밝은 통로만 서성였다


진열된 것들은

모두 제 이름표를 달고 있었는데


내 마음만 유독

할인도 환불도 안 되는 얼굴로

한 칸 구석에 남아 있었다


곧 문을 닫는다는 안내가

천장에서 천천히 내려왔고


그제야 알았다


어떤 상실은

잃어버리는 순간보다

이제 더는 머물 수 없다는 말이

더 아프다는 것을


나는 빈손으로

자동문 앞에 섰다


들고 나온 것은 없는데

왜 이렇게 무거운지


세상에는 가끔

끝까지 고를 수 없어서

통째로 놓고 와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날의 나는

딱 그런 사람처럼

불 꺼진 유리문에 잠깐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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