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난 자리
떠나는 일은
먼저 등을 보이는 사람보다
그 자리에 남아
한참 서 있게 되는 사람 쪽에
더 오래 남는다
소리는 이미 지나갔는데
마음은 뒤늦게
빈 쪽을 바라본다
조금 전까지
누군가 서 있던 자리에는
바람만 와서
옷깃처럼 스치고 갔다
사람들은 제 갈 길을 알고
계단을 오르고
다음 칸에 오를 준비를 하는데
나만 혼자
막 사라진 기척을 붙잡듯
선 끝만 오래 보고 있었다
놓친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믿었던 시간인지도 몰라서
그날 이후 나는
무언가 시작되는 장면보다
끝나고 난 자리를 더 오래 보게 되었다
어떤 저녁은
잘 가라는 말보다
끝내 돌아보지 않는
뒷모습 하나로
더 오래 아프다